
(인천공항=뉴스1) 이상철 기자 = 한국 피겨스케이팅 사상 처음으로 동계 아시안게임 남자 싱글 금메달을 목에 걸고 귀국한 차준환(고려대)이 다음 목표인 올림픽 메달을 향해 정진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동계 아시안게임 일정을 마친 차준환은 14일 피겨스케이팅 대표팀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피겨 대표팀을 태운 비행기가 약 3시간 가까이 늦게 도착했는데, 그는 피곤한 기색에도 환하게 웃으며 입국장을 빠져나왔다.
차준환은 "열심히 준비한 대로 최선을 다해 하얼빈 아시안게임을 마무리했다. 최초로 남자 싱글 입상을 넘어 남녀 동반 금메달까지 큰 타이틀을 얻어 영광스럽다.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자신감을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남은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차준환은 지난 13일 끝난 대회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경기에서 최종 281.69점을 얻어 일본의 가기야마 유마(총점 272.76점)를 따돌리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가기야마에 9.72점 뒤져 2위에 자리한 차준환은 짜릿한 역전 우승을 일궜다. 차준환은 프리 스케이팅에서 완벽한 연기를 펼쳤지만, 가기야마는 두 차례 넘어지는 등 실수를 연발하며 무너졌다.

차준환은 "(금메달이라는) 결과에 대한 기대보다는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다 했다"며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 스케이팅에서 최선을 다했고, 모든 것이 잘 돼 후련했다"며 금메달을 딴 과정을 복기했다.
이어 "연기 도중 중간 위기가 있어 플랜B로 선회하며 잘 극복했다. 여기에 좋은 결과까지 따라와서 뜻깊은 대회로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동계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차준환을 향한 기대감은 더더욱 커졌다. 당장 1년 앞으로 다가온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 한국 피겨 최초 남자 싱글 입상에 도전할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도 있다.
차준환은 "일단 올림픽보다 먼저 열리는 사대륙선수권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에 집중하려 한다. 특히 세계선수권은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중요한 대회다. 두 대회를 잘 마친 뒤에 올림픽을 향해 본격적으로 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림픽 메달 획득은 물론 스스로 만족하기 위해서도 여러 방면으로 더 많이 발전해야 한다. 기술, 구성, 스케이팅 기술 등 모두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부상 관리는 차준환이 올림픽 메달 꿈을 이루기 위해 각별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발목 부상으로 그랑프리를 포기할 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다. 부단한 노력으로 불과 3개월 만에 아시아 정상에 섰으나 부상 부위는 아직 완전히 회복한 상태는 아니다.
차준환은 "이번 시즌 후반기 들어 많이 회복해 훈련을 병행할 수 있었다. 현재로선 (스케이트화에 닿는) 부상 부위가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관리하면서 더 열심히 훈련한다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고려대 졸업을 앞둔 차준환은 실업팀 서울시청에 입단할 예정이다. 국내 피겨 선수가 실업팀과 계약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차준환은 이에 대해 "서울시청에 입단한다면 피겨 선수로서 안정적이고 좋은 밑바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까지 피겨 선수가 실업팀에 입단한 적이 없었는데,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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