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놈④]N번방 방지법 비웃은 목사방…또다른 XX방 없애려면

해외 수사공조 체제 굳히기…"텔레그램은 안 잡혀" 깨뜨려야
N번방 방지법 무용지물 만드는 법원 '솜방망이 처벌' 개선 필요

편집자주 ...10대 여성 등을 상대로 텔레그램 성 착취 범행을 벌인 '자경단'(목사방)의 총책 김녹완(33·구속기소)이 지난달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5년 전 박사방 사건보다 3배 이상 많은 피해자를 낳았습니다. 그 중 68%는 미성년자여서 충격은 더 컸습니다. 'n번방 방지법'에도 근절되지 않는 텔레그램 성 착취 범행, 그 처음과 끝을 짚어봤습니다. <뉴스1>은 ①'텔레그램 방에 접속했다' ②'열에 여덟은 잡힌다' ③'띄어쓰기까지 본 수사팀' ④'또다른 XX방 없애려면'을, 범행 플랫폼이 된 '텔레그램'과 총책·조직원을 가리키는 '그놈'을 합쳐 '텔레그놈'이란 제목으로 싣습니다.

본문 이미지 -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N번방 사건'이 공론화된 5년여 전 한국 사회는 분노로 가득 찼다. 유사 범죄를 막겠단 염원을 담아 국회는 20대 국회 임기 만료 직전에 'N번방 방지법'을 통과시켰고, 법원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을 비웃듯, 제2의 N번방들은 활개 쳤다. 역대 최대 규모의 텔레그램 성착취 조직범죄인 '자경단'이 활동을 시작한 건 N번방 사건의 조주빈 일당에 대한 강제수사가 진행되던 2020년 5월이었다. 이들은 경찰과 사법 체계를 비웃으며 지난달까지도 범죄 행각을 이어왔다.

"텔레그램도 잡힌다"…텔레그램 및 해외 IT 기업 '수사 공조 체제' 굳히기 필요

2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제2의 N번방 근절을 위해선 텔레그램 등 해외 IT 기업들과 수사 공조 체제를 더 단단히 구축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텔레그램은 어차피 안 잡힌다'는 범죄자들을 믿음을 깨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범죄자들이 N번방 방지법을 무시할 수 있었던 것은 '어차피 텔레그램은 잡히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텔레그램과 디스코드 등은 '사적 대화방'이란 이유로 N번방 방지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경찰이 위장·잠입 수사를 해도, 해외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이 수사에 협조를 하지 않는단 점도 문제였다.

이번 자경단 검거는 텔레그램의 수사 협조가 디지털 성범죄 해결에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줬다. 텔레그램이 한국 경찰의 수사에 협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텔레그램은 지난해 10월부터 한국 경찰과 수사 협조 체제를 구축해 범죄 관련 정보를 공식적으로 회신하고 있다.

자경단 수사에서 위장 수사를 통해 범인의 성격·나이·주거지 등 신원을 특정해 가던 경찰은 텔레그램의 협조로 추적할 만한 단서를 더 많이 얻는 데 성공했다. 결국 경찰은 자경단 총책 김녹완(33)을 비롯해 조직원 총 54명을 무더기 검거했다.

자경단을 검거한 조승노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2대 3팀장(경감)은 뉴스1에 "검거하기까지 타 청에서 그간 수사해 온 자료들, 우리가 프로파일링해서 추적한 단서들, 텔레그램의 협조를 받은 정보, 국제 공조로 확인된 정보들이 있었다"며 "어느 것 하나 빠져버리면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문 이미지 - &#39;목사방 수사&#39;를 맡은 사이버범죄수사 2대 3팀장 조승노 경감을 비롯한 팀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뉴스1과의 인터뷰에 잎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2.1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목사방 수사'를 맡은 사이버범죄수사 2대 3팀장 조승노 경감을 비롯한 팀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뉴스1과의 인터뷰에 잎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2.1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경찰이 잡아도, 법원 '솜방망이 처벌' 여전…"성범죄로부터 안전한 플랫폼 만들게 해야" 목소리도

아울러 전문가들은 경찰이 디지털 성범죄자들을 검거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법원이 사회적 눈높이에 맞는 엄정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N번방 방지법이 디지털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법원에선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고 있단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불법 촬영물을 소지·구입·저장·시청하는 경우엔 중형이 선고되지 않는 실정이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N번방 방지법이 시행된 이후인 2021년부터 2024년 7월까지 아동 성착취물 제작·유포 등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4000여 명 중 구속은 고작 260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혹자는 우리나라도 불법 촬영물을 소지하기만 해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미 현행법상 불법 촬영물을 소지·구입·저장·시청한 사람도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다만 실제 법원에서 무거운 형이 나오진 않을 뿐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소속 서혜진 변호사는 "서구권에 비해서도 디지털 성폭력 관련 처벌 조항의 엄격한 수준이 높다"며 "조주빈 이후 법률이 개정이 된 후에도 성착취물이 줄어들었단 통계는 어디에도 없는 것은, 법률을 집행하는 법원이 제대로 된 처벌을 하지 못한 탓이 있다"고 비판했다.

범죄가 벌어진 후 수사와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범죄가 일어날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단 목소리도 있다. 텔레그램이 더 이상 성범죄를 저지르기에 안전한 곳이 아니라고 겁먹은 범죄자들은 제2, 제3의 플랫폼으로 떠나 또다시 동일 범죄를 이어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사업자가 불법적인 콘텐츠가 플랫폼에 올라오지 못하게 설계하도록 권고하는 정부의 방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플랫폼 이용자가 영상·사진을 올리려 할 때 정부 불법 촬영물 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된 범죄물과 일치하는지 식별해 걸러내도록 하는 식이다. 정부가 기업에 이같은 내용을 강제할 순 없어도 적어도 권고 방침은 마련해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단 것이다.

장다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인터넷 플랫폼 업체나 채팅을 제공하는 업체에선 적어도 어떤 단어들이 사용되지 않거나, 성착취물 범죄에 플랫폼이 이용되지 않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며 "정부가 사용자를 규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업자가 애초에 플랫폼과 앱 등을 설계할 때부터 성범죄로부터 안전한 곳을 만들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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