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놈③]"위장잠입했다 김녹완에 수차 강퇴…띄어쓰기까지 봤죠"

박사방 조주빈 잡았던 서울청 사이버범죄수사2대 3팀, 목사방도 검거
조승노 팀장 "멜돔 성향이라는 김녹완…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는 거부"

'목사방 수사'를 맡은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2대 3팀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뉴스1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경복 경위(왼쪽부터), 강길병 경감, 손새결 경위, 정계민 경위, 방은진 경장, 김진영 경위, 조승노 경감. 2025.2.1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목사방 수사'를 맡은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2대 3팀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뉴스1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경복 경위(왼쪽부터), 강길병 경감, 손새결 경위, 정계민 경위, 방은진 경장, 김진영 경위, 조승노 경감. 2025.2.1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편집자주 ...10대 여성 등을 상대로 텔레그램 성 착취 범행을 벌인 '자경단'(목사방)의 총책 김녹완(33·구속기소)이 지난달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5년 전 박사방 사건보다 3배 이상 많은 피해자를 낳았습니다. 그중 68%는 미성년자여서 충격은 더 컸습니다. 'n번방 방지법'에도 근절되지 않는 텔레그램 성 착취 범행, 그 처음과 끝을 짚어봤습니다. <뉴스1>은 ①'텔레그램 방에 접속했다' ②'열에 여덟은 잡힌다' ③'띄어쓰기까지 본 수사팀' ④'또다른 XX방 없애려면'을, 범행 플랫폼이 된 '텔레그램'과 총책·조직원을 가리키는 '그놈'을 합쳐 '텔레그놈'이란 제목으로 싣습니다.

"수사를 하다 보면 막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막히면 옆길로 가야 하고, 갔더니 또 막히면 땅을 파든가 하늘로 올라가야죠."

(서울=뉴스1) 박응진 정윤미 유수연 기자 =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주도면밀한 범죄자를 쫓는 경찰의 수사력을 비유할 때 흔히 쓰이는 말이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에 위치한 서울경찰청에서 뉴스1과 인터뷰한 조승노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2대 3팀장(경감)은 "김녹완은 과거 박사방의 조주빈, n번방의 문형욱보다 보안을 더 신경 쓴 것은 물론이고, 죄의식 없이 더 악랄하고 잔혹하게 범행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목사방의 피해 규모는 2019~2020년 박사방 사건 피해자 73명의 3배가 넘는다. 목사방 총책 김녹완은 전국 각지를 돌며 미성년 여성 10명을 잔혹하게 강간(치상)하기까지 했다.

수사팀은 김녹완의 소재지를 찾기 위해 그가 대화방에 올리는 사진과 대화 내용을 일거수일투족 감시했다. 하루는 김녹완이 올린 산책 사진에 담긴 돌담이 어디에 있는 건지 찾기 위해 지역 조경업자에게 자문하기도 했다.

특히, 김녹완은 피해자의 '일상 보고' 사진을 자신의 일상인 것처럼 올리거나 '전도사', '예비 전도사' 등 조직원으로 위장한 경찰을 대화방에서 여러 번 강퇴시키는 등 수사에 혼선을 줬다.

이 과정에서 김녹완은 "대한민국 경찰 무능하다", "수사하러 헛고생하시지 마시고 푹 쉬세요", "사수(사이버수사)과 아재들 저 잡을 수 있어요?"라며 수사팀을 조롱했다.

조 팀장은 "오프라인에서 수사를 할 때 사돈에 팔촌까지 확인하는 것처럼 사이버상의 흔적을 다 쫓아간다"며 "여러 활동의 만나는 접점이 많아지면 단서가 나올 수 있는데, 김녹완은 박사방 학습효과가 있었는지, 텔레그램에서만 활동했다"고 전했다.

본문 이미지 - &#39;목사방 수사&#39;를 맡은 사이버범죄수사 2대 3팀장 조승노 경감이 13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2.1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목사방 수사'를 맡은 사이버범죄수사 2대 3팀장 조승노 경감이 13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2.1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그럼에도 수사망은 서서히 좁혀져 가고 있었다. 수사팀은 박사방 수사 경험을 바탕으로 최신 수사기법으로 무장한 '나는 놈'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김녹완의 사진 속 날씨가 흐리면 그날 그 시간대에 흐렸던 지역을 파악하고, 김녹완이 음식 사진을 올리면 식당이 어딘지를 찾았다.

그 사이 수사팀 내에서 2명이 각각 아이를 출산하기도 했지만, 팀원들은 주말까지 반납하고 밤낮없이 김녹완을 쫓았다.

김녹완이 자주 쓰는 단어와 띄어쓰기 버릇까지 들여다보길 꼬박 1년. 그의 소재지를 어느 정도 특정한 수사팀은 텔레그램 및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과의 공조를 통해 마지막 퍼즐을 맞춰, 지난달 15일 경기 성남시 자택에서 김녹완을 긴급 체포할 수 있었다.

◇"멜돔 성향이라는 김녹완…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는 거부"

김녹완은 신상정보가 박제된 피해자가 자기 말을 잘 따르는 게 재미있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밝혔는데, 그가 직접 오프라인에서 미성년자에게 입에 담지 못할 행위를 한 점을 놓고 보면 이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김녹완은 자신이 '멜돔'(Dominant male) 성향이라고도 진술했다고 한다. 멜돔은 상대를 때리거나 괴롭혀서 성적 즐거움을 느끼는 남성을 가리키며, '남자 주인'이라고도 불린다.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중 이런 성향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다만, 김녹완의 멜돔 성향이 범행 동기의 전부는 아닌 것 같다고 조 팀장은 지적했다.

조 팀장은 "김녹완은 '성폭력 하는 나쁜 놈을 주홍 글씨처럼 박제해야 한다'고 했는데, 내가 '너도 나쁜 사람이다'라고 하니깐, 김녹완은 그제야 '범죄자가 범죄자를 처단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다'라고 인정하더라"며 "다른 범죄자들은 왜 범죄를 저지르게 됐는지 조사 과정에서 그 이유가 나오는데, 김녹완은 그런 게 없었다"고 설명했다.

본문 이미지 - &#39;목사방 수사&#39;를 맡은 사이버범죄수사 2대 3팀장 조승노 경감이 13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2.1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목사방 수사'를 맡은 사이버범죄수사 2대 3팀장 조승노 경감이 13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2.1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김녹완은 조주빈과 달리 돈이 목적도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부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긴 했지만, 이는 조직원에게 전달해 성인용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하도록 했다. 심지어 김녹완은 자기 말을 잘 듣는 조직원에게는 사비로 생일 선물을 보내줬다.

이에 경찰은 김녹완의 정확한 범행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를 추진했으나, 김녹완이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거부해 무산됐다.

◇"100%라고 말하고 싶다. 시간문제, 언젠가는 잡힌다"

남의 신상을 박제한 뒤 협박하기를 즐기던 김녹완은 정작 자신의 신상정보 공개에는 학을 뗐다. 법원에 신상정보 공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가 하면, 법원에서 이 신청이 기각되자 곧바로 항고장을 냈던 것.

이후 경찰이 이달 8일 김녹완의 이름과 얼굴 등 신상정보를 전격 공개하자, 김녹완은 그제야 항고를 포기했다. 3월 10일엔 김녹완의 첫 재판이 열린다. 검찰과 경찰은 목사방 조직 소탕을 위해 공범을 쫓고 있다.

조 팀장은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가급적 온라인상에서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말 것과 피해 발생시 수사·관계기관에 알릴 것을 당부했다.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수사기관과 언론의 역할도 강조했다.

조 팀장은 디지털 성범죄자들을 향해서는 "100%라고 말하고 싶다. 시간문제이지, 언젠가는 잡힌다"고 경고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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