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새 학기 시작을 앞둔 청소년들이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 모여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대학가에 이어 10대까지 탄핵반대 시국선언 움직임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전국탄핵반대청소년연합 소속 50여 명은 이날 오후 5시 이순신 동상 앞에서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지킨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내걸고 모였다. 출신 지역은 울산·부산·전라도 등 다양했다. 온라인을 통해 실명과 학생 신분을 인증하고 서명한 이는 600여 명에 이른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학생들은 '부정선거 가짜 국회'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불법 탄핵 각하하라!' 등이 적힌 피켓과 태극기 등을 손에 들고, 한 명씩 번갈아 가며 마이크를 들었다.
청소년 대표로 나온 남학생은 "대한민국 헌법이 부여한 정당성을 바탕으로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하여 현 시국을 규탄한다"며 "부당한 사기 탄핵과 반국가세력의 내란을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이어 10페이지에 달하는 시국선언문을 통해 부정선거 의혹과 선관위에 문제를 제기하고 탄핵의 부당성, 언론의 편향성 등을 주장했다. 또 "민주당은 국가 질서를 무너뜨리기 위해 정치적 목적의 탄핵을 남발해 왔다"며 "진정한 내란 세력은 헌법을 무시하고 국정을 마비시키는 민주당"이라고 했다.

자신을 "이제 고3이 되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라 소개한 한 학생은 "펜을 잡으며 공부만 하기에는 이 나라가 망하지 않을까 걱정됐다"며 "이제 청소년들이 보고만 있고 방관할 수 없다"며 자리에 나오게 된 이유를 밝혔다.
전라도에서 왔다는 한 고등학생은 "선거관리위원회 전수조사를 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윤석열 대통령님에겐 아직 10대가 남아 있습니다!"라고 외쳤다.
청소년 시국선언을 응원하기 위해 광화문에 모인 집회자 150여 명은 학생 연사들의 문장이 끝날 때마다 "맞습니다"라고 맞장구를 치거나 "장하다""똑똑하다""잘한다"며 칭찬했다. 학생의 마이크 소리가 작아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자신이 가지고 온 마이크를 내주기도 했다.
시국선언 현장을 방문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나온다고 해서 나왔다. 저렇게 방해하니까"라며 탄핵 찬성 측 집회를 가리켰다.
이날 반대편 롯데관광 빌딩 앞에는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이들 50여 명이 모여 "윤석열 밟아""국민의힘 해체" 등 구호를 노래에 맞춰 외쳤다. 이들은 당초 시국선언 구역에 같이 모여 있었으나 분리 조처로 집회 장소를 옮겼다.
시국선언을 하는 학생들과 탄핵 찬성 집회자들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시위를 이어갔으며, 주위에는 기동대 차량 6대가 배치돼 충돌을 방지했다.

한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 정문 앞에서는 재학생·졸업생 외부인들이 탄핵 찬반 맞불 집회를 벌였다. 재학생과 졸업생보다는 외부인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양측 집회자들이 각자 기자회견과 시국선언을 진행하기도 전부터 고성이 오갔다. 대학가 시국선언마다 얼굴을 비치던 유튜버들이 대거 등장해 대형 스피커를 설치하고 "찢재명" 등을 반복해 외쳤다.
찬성 측 재학생과 졸업생 등은 외부 세력이 교정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이들의 의견이 중앙대 구성원 전체의 의견은 아니라는 것을 천명하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반대 측 재학생들은 "반국가 세력 체포하라", "계엄은 정당하다" 등 구호를 연호하며 "현직 대통령이 절통한 누명을 쓰고 위헌, 위법적 절차에 의해 억울하게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대 탄핵 찬반 집회는 오후 3시 40분쯤 마무리됐다.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