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티안=뉴스1) 노민호 기자 =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라오스를 방문 중인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6일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갖는다.
조 장관은 이날 가미카와 외무상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만날 예정이다. 양측이 회담을 갖는 건 지난 2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 이후 다섯 달 만이다.
이번 회담은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이 이뤄진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서 열리는 것이다.
등재 여부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46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26~29일 사이 결정된다. 외교가에선 27일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그간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 반영'을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의 조건으로 제시해 왔다.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신청하면서 적용 시기에 조선인 강제노역이 발생한 시기를 빼고 에도시기가 중심인 16~19세기로 한정해 등재를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코모스의 권고에 대한 직접적인 입장을 표명하진 않았지만 한일 간 물밑 협의 등을 통해 이견을 좁히고 있다.
조 장관은 전날 비엔티안 왓타이 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회담에서 사도광산 문제를 언급할지'에 대한 질문에 "상황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라며 "필요하다면 할 것이고 필요 없으면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엔 왕이 중국 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도 참석한다. 외교가에선 한중 외교장관회담도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회담이 성사될 경우 양측은 최근 한중 간 고위급 소통 활발히 이어지고 있는 것을 평가하고 지속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발전과 교류·협력의 필요성을 재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중 양국은 지난 5월 4년 반 만에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 간 회담을 통해 외교·안보 분야 소통 채널을 본격적으로 재가동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6월에 외교부와 국방부가 참여하는 '2+2' 형식의 한중 외교안보대화를 차관급으로 격상해 개최했으며, 지난 24일엔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도 열렸다.
조 장관은 쓰레기 풍선 살포 등 핵·미사일 개발과 함께 지속되는 북한의 대남 도발과 북러 간 군사·경제적 밀착과 관련해서도 우려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북한 문제 해결과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중국 측의 '건설적 역할'이 필요함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외교장관의 양자회담은 현재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자회의의 바쁜 일정을 고려해 정식회담이 아닌 '풀어사이드' 방식의 약식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이 밖에도 조 장관은 이날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 한-메콩 외교장관회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선 올해 대화관계 수립 35주년을 맞아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CSP) 체결을 위한 최종 점검이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은 외교단계별 우호단계를 설정하고 있는데, CSP는 한미관계를 규정하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다음 순위에 해당한다. 한-아세안은 오는 10월 정상회의에서 CSP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을 추진 중이다.
한-메콩 외교장관회의는 한국과 메콩 5개국(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베트남·태국)으로 구성된 지역 협력체다. 지난 2011년 출범해 매년 회의가 열렸지만, 2021년 미얀마의 군사 쿠데타 이후 중단됐다가 올해 재개된다. 주로 보건·경제·환경 분야 협력 방안이 다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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