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 인용으로 파면되자 조기 대선 출마 가능성이 높은 국민의힘 잠룡들에게 이목이 쏠린다.
이들은 일단 당이 차기 대선을 공식화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지지층 사이에서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오는 6월 3일이 가장 유력한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거론되고 있다.
헌법은 현직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 대통령을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오는 8일 국무회의에서 선거일 확정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대선은 약 2달 안에 승부를 보는 단기전으로 치러지는 탓에 출마를 노리는 잠룡들도 빠르게 대권 행보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크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1인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거론되는 잠룡만 해도 많게는 10명에 이른다.
대표적으로는 탄핵 국면에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꾸준하게 기록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필두로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유승민 전 의원 등이 꼽힌다.
갈 길이 급하지만 이들은 윤 대통령 파면 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김문수·한동훈·안철수·유승민 정도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입장을 낸 정도다.
이들은 헌재 결정에 "안타깝다", "참담하다"는 심정을 표하면서도 당과 국민이 통합을 이뤄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탄핵 선고 전까지만 해도 활발하게 메시지를 냈던 홍 시장을 비롯해 오 시장, 원 전 장관 등은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홍 시장은 지난 2월 조기 대선이 열리면 시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지금은 서울시 안전 관리에 총력 대응 중"이라며 "오늘(5일)까지 시 직원들은 다 비상 대기"라고 했다.
원 전 장관 관계자도 "주변 얘기를 많이 듣고 다음 행보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류는 국민의힘 지지층이 윤 대통령 파면 충격을 수습하고 전열을 다듬을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과도 맞물려 있다.
당초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이른바 '5 대 3 기각'이나 '4 대 4 각하' 등 윤 대통령 직무 복귀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가 컸다. 탄핵 국면 초기에만 해도 인용이 확실시됐으나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각하·기각 기대감이 확산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재판관 전원 일치로 인용 결정이 내려지면서 지지층 사이에는 허탈함이 감도는 중이다.
당 지도부가 조기 대선에 관한 언급은 피하고 있는 것도 잠룡들이 곧바로 대권 행보를 나서기에 부담인 대목이다.
한 전 대표와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도 당분간은 별도 만남이나 회의 없이 당내 상황을 관망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오는 6일 오후 4시 비상의원총회에서 대선 준비에 관해 의견 수렴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열 정비를 하고 향방을 잘 설정해야 한다"며 "대통령 파면으로 당이 구심점을 잃은 상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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