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가 이르면 이번 주로 예상되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개헌론이 분출하고 있다. 대통령의 권한과 임기를 조정하는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다만 개헌 논의의 열쇠를 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금은 내란 종식에 집중할 때"라며 거리를 두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개헌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54%,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30%로 나타났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여야 모두 대통령의 권한 축소에는 공감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에게 집중된 인사권을 줄여야 한다고 봤다. 대통령이 지명·임명하는 감사원장을 국회 3분의 2 이상 동의를 거쳐 선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각론에서는 여야 간 입장 차이가 크다.
여권은 국회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하다고 보고,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을 동시에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탄핵소추가 기각될 경우 대통령에게 의회 해산권을 부여하는 방안과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등이 거론된다.
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감사원의 감사를 받도록 감사원의 권한을 확대하는 개헌 또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야권은 대통령과 행정부의 권한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해 예산편성권에 대한 국회 견제를 강화하고,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대선 주자들도 개헌을 매개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6일과 7일 연이틀 여야를 초월한 국민개헌연합을 구성하자며 이 대표를 압박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7일 대한민국헌정회를 방문해 "총선과 대선 임기를 맞추기 위해서는 (차기 대통령 임기) 3년 단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분권형 대통령제, 국회 상하 양원제 도입, 상원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을 거론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국회의원 수를 200명으로 줄이되, 상·하원으로 나누는 양원제를 도입하고, 4년 중임 정·부통령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야권 일각에서도 비명계를 중심으로 개헌론이 확산 중이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여야가 공동으로 내각을 구성하는 '한국형 연정(연합정부)' 구상을 제시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지방분권 개헌에 주목하고 있다. 김 전 총리는 지난 7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수도권 집중 해체를 위한 개헌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 대표는 개헌 논의에 거리를 두고 있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개헌 구상을 밝힐 것으로 예상되지만 임기 단축에는 선을 그을 것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이 대표는 차기 대통령의 5년 임기는 유지하되, 후임 대통령부터 '4+4 중임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헌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진다면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임기 조정에 대한 입장 차이가 커 헌법 제128조 2항을 개정해 현직 대통령에게도 개헌안이 적용된다면 이 대표도 이를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
다만 역대 대선에서 대부분의 개헌 논의는 선두 주자를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 사용된 만큼, 이 대표로선 개헌을 공식 의제로 삼는 것을 최대한 늦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기 대선을 앞두고 민생 경제와 한미 관계,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안보 현안 등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개헌 논의가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개헌은 '약자의 논리'다. 개헌 추진을 위해서는 유력 대선주자의 지지가 필요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개헌에 적극적이지 않다"며 "현실적으로 개헌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