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여권 내에서 낮에는 탄핵 반대를 외치면서도, 밤에는 조기 대선을 준비하는 '주반야대(晝反夜大)' 분위기가 감지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여권 대선 주자들의 경쟁 구도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국민의힘 주요 주자들은 '수도권 중도 확장'과 '보수 적자 경쟁'이라는 두 축으로 나뉘는 모습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은 중도층을 공략하며 외연 확장을 꾀하고,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탄핵 반대 정서를 기반으로 보수 결집에 집중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잠행해 온 한동훈 전 대표가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 그의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한동훈의 선택'이 19일 오전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384쪽 분량의 책에는 그의 정치 철학과 국가 비전 등이 담겼다.
이를 계기로 한 전 대표는 전국을 돌며 청년·당원들과의 접점을 확대할 예정이다. 북 콘서트, 청년들과 소통 행보, 기자간담회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한(친한동훈)계 모임인 '언더73' 유튜브 채널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사실상 대선주자로서 행보를 본격화하는 셈이다.
다만, 탄핵 찬성 이후 당내 냉랭한 시선을 극복하는 것이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5선의 김기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격해야 할 때와 후퇴할 때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장수는 자신뿐 아니라 많은 분들께 해악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민주당에 출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오 시장은 개헌론을 기치로 내걸며 세 확장에 나섰다. 지난 12일 국회 토론회에서 "대통령에게는 외교·안보·국방에 관한 권한만 남기고 내치에 관한 모든 권한은 광역화된 지방자치단체에 과감하게 이양하자"며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당 지도부를 비롯해 의원 50여 명이 참석해, 사실상 '대선 캠프 출정식'을 연상케 했다.
오 시장은 중도층을 아우르는 폭넓은 지지 기반과 서울시장으로서 쌓아온 안정적인 리더십을 바탕으로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거론된다. 동시에 전통 보수 지지층을 고려한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이날 서울시의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향해 "재판을 주재하고 앞으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분이 특정 정치 성향을 굳이 숨기지 않고 처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수 적자 대결도 치열하다. 19일 국회에서 열린 노동개혁 대토론회는 김문수 장관의 대선 캠프 출정식을 방불케했다. 여당 의원 108명 중 절반이 넘는 58명이 참석했고, 주최자인 나경원 의원은 김 장관을 "1등이신 분"라며 치켜세웠다.
김 장관은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삶의 사명으로서 모든 것을 다해서 약자를 보살피는 것이 공직자 첫 번째 직분"이라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헌법재판소를 향해 "공정하게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절차 진행이나 결론을 내려주시기를 간절하게 기도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만장일치로 파면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정말 잘못 됐다고 본다"고 지적해 보수층을 겨냥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공장노동자·민주화운동·험지 국회의원·도지사 경험 등을 내세워 중도 확장성 부족 논란을 적극 반박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김 장관이 직접 대선에 출마하기보다는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강경한 이미지가 본선 경쟁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홍 시장도 보수층을 겨냥한 메시지를 연일 발신하고 있다. 그는 전날 공개된 신동아 인터뷰에서 "법원은 위법하게 구속돼 있는 윤 대통령을 석방하고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을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윤 대통령도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 추진 일정을 제시해 계엄에 놀란 국민을 진정시켜야 한다"며 개헌론을 통한 차별화에 나섰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언론과 접점도 늘리고 있다. 홍 시장은 이날 국민의힘 출입 기자들과 '깜짝 만남'을 통해 정치적 구상을 나누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 오찬에 동석하는 형식이었지만, 실상은 홍 시장의 기자간담회에 가까웠다는 평가다.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철우 경북지사도 보수 적자 경쟁에 가세했다. 그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조기 대선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온몸을 던져야 한다"고 국민의힘을 직격했다.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절대 생각해본 적 없다"고 그었다. 탄핵에 반대하는 강성 보수층을 겨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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