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고려대 구로병원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 예산 삭감을 두고 정치권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회가 예산 삭감을 방치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획재정부의 결정이 문제라고 맞섰다.
오 시장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증외상센터 예산은 정부안에 반영되지 않았지만,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여야 합의로 증액했다"며 "민주당이 예결위와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 없이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켜 지원 예산이 최종 무산됐다"고 밝혔다.
그는 "예산의 최종 책임은 입법기관인 국회에 있다"며 "감액 예산을 통과시킨 민주당과 긴급 지원에 나선 서울시 중 누가 올바른지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민주당이 예산 통과 이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다가 서울시가 재난관리기금 5억 원을 투입해 수련센터 운영을 유지하자 이를 두고 '삭감'이라는 표현으로 공세를 펼친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도둑이 제 발 저린 것 아니냐"며 민주당을 강력히 비난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예산 취약점을 찾아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국회의 책임 있는 자세"라고 덧붙였다.
앞서 오 시장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중증외상 전문의 양성을 담당했던 고대구로병원 수련센터가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면서 "서울시 재난관리기금 5억 원을 투입해 수련 기능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예산 삭감의 시작이 기재부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오 시장의 주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10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오 시장의 주장을 '허위사실'로 규정하며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해당 지원금이 0원으로 책정되어 있었고, 국회 보건복지위가 이를 8억 8000만 원으로 증액했으나, 정부·여당의 협상 거부로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기재부가 처음부터 0원으로 설정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고 지적하며, 오 시장이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국회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국회가 되살리려 했던 예산이 최종 단계에서 반영되지 못한 것은 정부·여당 탓"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예산 편성 절차와 공공의료 지원 구조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예산 편성 과정은 보건복지부가 초안을 만들고, 기재부가 이를 심사해 최종안을 국회로 보낸다.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 예산은 기재부 단계에서 이미 0원으로 책정됐고, 국회 보건복지위가 8억 8000만 원으로 증액했으나, 여야 간 협상 불발로 최종안에 반영되지 못했다
결국 예산 편성 단계에서 발생한 문제가 최종적으로 국회의 증액 시도 실패로 이어진 것이다.
서울시는 수련센터 운영을 지속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울시 측은 "재난관리기금 5억 원으로 올해는 긴급 대응을 하고 있지만, 이는 단기적 대책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내년에는 예산을 제대로 편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내년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서울시가 이를 단독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시의회와 협의를 통해 추가 지원 방안을 논의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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