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동생을 살아생전에 경찰서에 데려갔다면…"
임신한 전처를 흉기로 찔러 살해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40대의 항소심 첫 공판에서 피해자 가족들이 엄벌을 호소했다.
22일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 씨(44)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이 광주고법 전주제1형사부(부장판사 양진수) 심리로 열렸다.
A 씨는 지난해 3월 28일 오전 10시 10분께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의 한 미용실에서 업주인 전처 B 씨(30대)의 목 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이날 A 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 인정 여부를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지만 형이 무겁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부는 방청석에 있던 B 씨 가족들에게도 발언권을 부여했다. "할 말이 있냐?"는 재판부의 물음에 가족들은 눈물로 엄벌을 호소했다.
B 씨 언니는 "동생이 살해당할까 봐 두렵다며 문자를 보내 그 문자를 받은 사람이 바로 접니다"라며 "당시 저에게 계속 무섭다고 이야기했는데 동생을 경찰서에 데리고 갔다면 지금 살아있지 않을까 싶어 매일 죄책감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 씨 같은 사람이 다시 사회에 나와 살아간다면 남은 가족들은 더 이상 살아가기 힘들다"며 "부디 엄벌에 처해달라"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양형 조사를 위해 한 차례 속행을 진행한 뒤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A 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3월 26일 열릴 예정이다.
앞서 A 씨는 전처 B 씨(30대)의 목 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또 그는 현장에 있던 전처의 남자친구 C 씨(40대)를 흉기로 찔러 다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B 씨는 임신 7개월 상태였다. 배 속의 아기는 응급 제왕절개로 태어났지만,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받던 중 19일 만에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임산부가 흉기에 찔렸다"는 C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범행 후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도주한 A 씨를 추적해 1시간 만에 김제에서 긴급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자기 목에 자해행위를 해 긴급수술을 받고, 닷새 만에 의식을 되찾았었다.
조사 결과 A 씨는 이혼한 B 씨에게 남자 친구가 생긴 것에 화가 나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 씨와 B 씨는 1년여 전 이혼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기관 조사에서 A 씨는 "전처에게 남자 친구가 생겨 정말 관계가 끝났다는 생각에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혼한 피해자를 수시로 찾아가 협박하는 등 괴롭히고 결국 계획적으로 매우 잔혹하게 살해했다"며 "범죄사실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피해자 배 속에 있던 7개월 아기도 응급수술을 받고 태어난 지 19일 만에 생명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의 생명은 우리 사회의 법이 수호하는 가장 존엄한 가치로, 살인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며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평생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점, 피해 회복을 위해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할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40년을 선고한 바 있다.
kyohyun2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