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명=뉴스1) 김기현 기자 = 2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붕괴 사고' 당일 아침부터 땅 꺼짐 현상이 나타났다는 정황이 나왔다.
참사를 예견할 수 있는 '불길한 징조'가 나타난 상황에서 무리하게 근로자를 투입시킨 건 전형적인 인재(人災)라는 지적이다.
23일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광명 신안산선 공사현장 붕괴사고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최초 119 신고는 지난 11일 오후 3시 11분 54초에 접수됐다.
당시 현장 관계자로 추정되는 신고자는 "광명시 오리로 97"이라며 "그 옆에 신안산선 공사하는데 땅이 꺼졌다. 난리 났다"고 다급히 말했다.
그는 계속해서 "난리가 났다. 땅이 가라앉았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하며 10~20m가량 땅이 꺼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특히 119 접수자가 "그러면 오리로 97 옆으로 가면 (사고 현장이) 보이는 것이냐"고 묻자 신고자는 "여기 길 통제 중이다. 아침부터 땅 꺼짐 있어 가지고"라고 답했다.
"예. 근데 더 꺼졌느냐"는 119 접수자 질문에는 "네, 지금 방금 '쾅' 소리 폭발음 나고 난리"라며 긴박했던 순간을 생생히 묘사했다.
아울러 신고자는 "아침보다 더 꺼졌다는 것이냐", "신안산선 전철 공사 중인 그쪽 말씀하시는 것 맞느냐"고 되묻는 119 접수자를 향해 4차례 연속 "네"라고 대답했다.
신고자는 또 "아침에, 새벽에 여기 이미 땅 꺼짐 조짐이 있어서 통제 중이었는데 방금 제가 전화했을 때 폭발음이 나면서 현장(이) 다 넘어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같은 날 오후 3시 13분 22초에 들어온 3차 119 신고에서는 또 다른 신고자가 "오늘 아침에 뭐 붕괴한다고 그랬는데 지금 붕괴됐다"며 "도로가 무너졌다"고 전했다.
나아가 그는 "어제(10일) 저녁에 뭐 붕괴 위험이 있다 그래 가지고 했는데 거기가 지금 붕괴돼 있다" 등 설명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서울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돼 있느냐"는 119 접수자 물음에는 "그렇게까지 아니고 도로가 완전히 붕괴가, 저기 뭐야 완전히 붕괴가 된 것 같은데"라고 했다.

앞서 지난 11일 오후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중인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제5-2공구 지하터널 공사 현장이 상부 도로와 함께 붕괴했다.
이 사고로 50대 근로자 A 씨가 실종됐다가 엿새 만인 16일 오후 사고 현장 지하 21m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하청업체 소속 굴착기 기사인 20대 남성 B 씨는 지하 약 30m 지점에 13시간가량 고립, 다음 날인 12일 오전 구조됐다.
포스코이앤씨는 사고 발생 전날인 10일 오후 9시 50분께 붕괴 전조 증상이 나타나자 모든 작업을 중단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투아치(2arch) 공법'이 적용된 지하터널에서는 좌측 터널 천장이 무너져 토사가 쏟아져 내리는 등 심각한 상황이 이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투아치 공법은 아치형 터널 하나를 뚫고 기둥을 세운 후 옆에 터널 추가로 뚫어 양쪽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이후 포스코이앤씨는 하청업체에 기둥 보강을 지시하면서 하부와 상부에 각각 12명, 7명 등 총 근로자 19명을 투입했다.
그런데 11일 오후 2시 30분께 이들 근로자가 H빔을 하부로 내리기 시작한 지 불과 40여분 만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현재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 감리사 관계자 등 3명을 형사 입건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상태다.
채 의원은 "땅 꺼짐을 미리 알았음에도 안일하게 대처해 사망자를 낸 건 인재"라며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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