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뉴스1) 이재춘 기자 = 지난 22일 의성에서 발생해 안동, 청송, 영양, 영덕으로 확산한 경북 산불이 149시간여 만인 28일 오후 5시 간신히 잡혔다.
역대 산불 중 경북 산불이 가장 큰 피해를 낸 원인으로 강풍과 건조한 날씨, 낡은 헬기, 침엽수, 임도 부족 등이 꼽힌다.
의성 산불은 역대 산불 중 최고 속도로 51㎞ 떨어진 동해안의 영덕까지 번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오후 최고 시속 8.2㎞ 속도의 바람을 탄 산불이 순식간에 청송, 영양을 넘어 12시간 만에 영덕에 닿았다.
이는 사람이 뛰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2019년 강원 고성 산불 때 불길의 속도는 최고 시속 5.2㎞였다.
당시 의성 일대에는 건조주의보가 발효된 상태에서 태풍과 맞먹는 초속 27m의 메마른 강풍이 불었다.
산불 현장의 진화대원들은 "이런 속도로 불길이 날아다닐 줄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낡은 헬기도 불길 확산을 저지하는데 걸림돌이 됐다.
의성 산불이 거칠줄 모르고 확산하자 산림, 소방, 군, 지자체, 민간 헬기가 총동원돼 사투를 벌였지만 짙은 연기와 강풍 때문에 떴다 날았다를 반복했다.
안전을 고려해 통상 헬기는 초속 15m 이상 바람이 불거나 짙은 안개가 낄 때, 해가 지고 나면 뜨지 않는다.
특히 경북도가 보유한 19대의 헬기 중 대형 헬기는 1대도 없고 5대는 소형, 14대는 중형이다.
19대 중 13대는 30년이 넘은 노후 기종이다.
의성 산불이 사상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은 것은 봄철 건조한 날씨와 함께 불에 잘 타는 침엽수림이 많고 임도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침엽수는 기름 성분이 있기 때문에 산불이 나면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소나무의 송진이다.
안동과 의성지역의 침엽수 비중이 5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불 진화용 인력과 차량이 다닐 수 있는 임도가 부족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국내 산의 1㏊당 임도는 4.1m에 불과하며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의성군의 산불 임도는 모두 합해 710m 정도로 알려졌다.
1주일 동안 번진 경북 산불로 축구장 6만3245개, 여의도 156개에 해당하는 면적이 잿더미로 변했다.
또 의성 1명, 안동 4명, 청송 4명, 영양 6명, 영덕 9명으로 24명이 숨지고 시설 2412곳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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