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글로벌 매트리스 브랜드 씰리침대가 한국에 400억 원대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기존 공장 대비 40%가량 생산 능력을 높인 새로운 생산 기지를 통해 최근 성장하는 국내 프리미엄 매트리스 시장을 선점하겠단 목표다.
전반적인 업계 침체 분위기 속에서 400억대 투자를 감행하는 해외 브랜드가 토종기업이 양분한 국내 침대 업계 구도를 깰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씰리침대의 한국 법인 씰리코리아는 경기 여주에 400억 원가량을 투자해 생산 기지를 만든다. 오는 6월 착공해 내년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공장은 전 세계의 씰리 매트리스 생산기지 중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인 건물 단층 면적 1만 4000㎡(약 4200평) 크기다.

씰리침대는 미국에서 매출 기준 4년 연속 1위를 기록 중인 144년 역사의 글로벌 매트리스 브랜드다. 시몬스와 에이스침대가 양강구도인 국내에서는 후발 주자로 분류된다.
이번 투자는 최근 씰리침대의 국내 판매량 증가로 기존 공장의 생산 용량이 포화하면서 이뤄졌다.
씰리코리아는 지난 2016년 경기 여주의 현 공장을 임대 형식으로 빌려 연 7만 장가량의 매트리스를 생산해 왔는데, 최근 수요 확대로 확충 필요성이 커졌다.
내년 가동 예정인 신공장은 연 10만 장가량의 생산 능력을 갖춘 통합 생산시설로, 원자재 보관부터 제조, 출고까지 한 번에 가능하게 설계했다. 기존 공장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최근 씰리코리아 성장세는 불경기 속에서도 눈에 띈다. 2019년 매출 339억 원을 낸 뒤 4년 만에 676억 원으로 2배가량 뛰었다. 주택시장 침체 등 전반적인 업황 침체 속 이뤄낸 성과다.
씰리코리아가 힘을 쏟는 건 프리미엄 제품군이다. 실제 최근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대표 프리미엄 제품인 엑스퀴짓 라인은 부속 제품까지 합해 가격대가 1000만 원대 전후인데, 수면의 질을 중시하는 소비층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97% 늘었다. 전체 매출 비중의 10%도 돌파했다.

이번 투자 역시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씰리코리아 관계자는 "(중저가 제품보다) 프리미엄 제품과 대형 사이즈 제품의 판매 데이터가 유의미하게 오르고 있다"며 "이번 투자도 이같은 프리미엄 시장을 타깃으로 삼았다"고 했다.
씰리코리아는 한국에서 개발 및 생산하는 모든 제품을 아시아·태평양 총괄 법인이 있는 호주 R&D 센터에 보내 본사 검수를 받고 있을 만큼 품질을 중시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높은 인건비와 토지 비용, 각종 규제 등 투자 여건이 까다로운 편인 한국에 대규모 투자가 결정됐다는 점이다. 씰리침대는 한국 외에도 중국과 인도, 일본 등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씰리코리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글로벌 브랜드인 만큼 본사 글로벌 정책에 따라 운영하면서도, 한국 사람의 체형이나 수면 자세를 고려한 맞춤형 제품 개발에 힘을 주기 위해 국내 투자를 결정했다"고 했다.
생산 용량이 넉넉해진 만큼 수출 물량도 함께 소화할 예정이다. 씰리코리아는 현재 중국 등에 국내 생산 물량을 일부 수출 중인데, 늦어도 내년부터 싱가포르 수출을 시작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이번 투자로 생산 역량을 확충한 씰리코리아가 시몬스와 에이스침대로 양분된 국내 침대 업계 구도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도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침대 업계 점유율은 시몬스와 에이스침대를 합쳐 40%가량으로 알려졌다. 2023년 매출 기준으로 계산하면 씰리코리아의 시장 점유율은 4%대로 추정된다.
윤종효 씰리코리아 대표는 "새로운 생산기지는 씰리코리아가 그간 보여준 성장의 발자취인 동시에 향후 30년 이상 지속될 비전을 실현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글로벌 씰리침대의 핵심 제조국이자 허브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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