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최근 서울 아파트 공급 절벽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연내 입주를 앞둔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가 잇따라 입주 지연 위기에 처했다. 성북구 장위4구역 재개발 아파트(장위자이 레디언트)는 3월 말 입주를 앞뒀지만, 입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달 31일 입주가 예정된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자이 레디언트'는 입주 연기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성북구가 18일 장위4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에 입주 지연 검토 공문을 발송하면서다.
이 아파트는 현재 공사를 완료해 입주 자체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성북구는 아파트 인근 공공도로 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아 안전상 우려 때문에 당장 입주 승인을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합은 '준공 인가 전 사용 허가'(임시 사용승인)를 신청한 상태다.
구청이 보낸 공문에는 '장위4구역 안팎의 도로, 공원, 녹지 같은 필수 정비기반시설 공사가 끝나지 않아 주민의 안전을 위해 입주를 연기하거나 입주민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만약 조합이 31일 이내에 구청이 요구한 안전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장위 자이의 입주는 미뤄진다. 성북구 관계자는 "안전 대책이 수립되지 않으면 입주 자체가 연기된다"며 "부분 입주도 불가하다"고 말했다.
이곳은 조합이 시공사인 GS건설(006360)과 1년여간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을 빚다 올해 2월 305억 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하면서 최종 합의를 이뤘다. 과거에는 고분양가 논란에 미분양 문제도 겪었다.
다른 서울 아파트 단지의 경우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 여파로 입주 지연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해 6월 입주하는 서초구 신반포4지구 재건축(메이플 자이) 조합은 GS건설과 법정 다툼 중이다. GS건설은 지난해 12월 조합에 총 4860억 원의 추가 공사비를 달라고 요청했다. 공사 시작 전 물가 상승분 등 2571억 원에 대해서는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양측 간 갈등을) 중재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또 잠실 진주 아파트 재건축 조합(잠실 래미안 아이파크)은 공사비 인상 문제로 조합원들의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올해 12월 입주할 예정이다. 2021년에 이어 지난해 7월, 올해 1월까지 공사비가 세 차례 인상됐지만, 특화설계나 마감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며 공사비 검증을 요청하기도 했다.
공사비 갈등이 이어지는 것은 최근 공사비 급등 문제 때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 건설공사비 지수(잠정)는 130.99로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일각에선 조합과 시공사 간의 갈등이 계속 잇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시 코디네이터가 지난해 공사비 문제로 중재에 나선 사례만 봐도 총 12건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양적 완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공사비가 급등했다"며 "(공사비 증액 시) 원칙적으로 계약서 조항대로 하는 게 맞지만, 공사비 인상과 관련한 실제 계약서 조항이 명확하지 않아 시공사와 조합 간 의견 충돌이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계약서에 '물가 상승률이나 건설 공사비 지수 등에 따라 공사비를 증액한다'는 식으로만 기재돼 있고 구체적인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서로 유리한 기준을 적용하려는 양측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서울 아파트 물량도 충분하지 않아 입주 시장의 혼란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총 3만 7681가구로 집계됐다. 이어 2026년에는 9640가구, 2027년 9573가구로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올해 입주 물량의 4분의 1 수준이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