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한국전력공사(015760)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영남 지역 산불과 관련해 지역 발전소와 송·변전 시설 등 전력망 인프라 보호를 위한 총력 대응에 나섰다.
영남 지역은 전국 전력 생산량의 35%를 생산하는 만큼, 전력망에 문제가 생길 경우 향후 지역 복구 작업에 차질이 생길 뿐만 아니라, 인근 전력 공급 지역에도 정전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과 한수원은 긴급 점검, 대규모 비상근무체제 등 영남지역 전력 인프라 보호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전력 생산량은 558테라와트시(TWh)로 이 중 영남 지역 생산량이 209TWh에 달한다. 영남 지역 전력망에 문제가 생기면 국가 전력 공급 체계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국내 원전 밀집 지역인 동해안도 산불 발생지와 멀지 않아 긴장 상태다. 이번 산불은 원전 8기가 운용되고 있는 울진군의 바로 옆 지역인 영덕까지 확산했다.
28일 현재 기준 산불 관련 발전소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산불이 한때 청송 양수 발전소 인근까지 번지면서 발전소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물을 발전 수단으로 활용하는 양수발전소는 화재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유사시에 대비한 조치였다.
사고 시 파급효과가 크고 국가 전력 공급 기여도가 높은 원자력발전소는 이번 산불 지역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있지만, 한수원 등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영덕까지 퍼져왔기 때문이다.
영덕군에 인접한 울진군에는 한울원자력본부가 있다. 여기에는 8기의 원자로가 상용 운전 중이다. 지난 26일 산불이 확산하자 한울원자력본부는 산불 대응 설비 긴급 점검, 자체 소방대 대기 등 대응에 나섰다.
한울원자력본부에는 산악 스프링클러 122개로 구성된 화재저지선이 있다. 2022년 울진 대형 산불은 원전 부지 3㎞ 인근까지 번져왔다. 이에 행정안전부의 전국 소방 동원령 발령, 소방 당국의 대용량 방사포 시스템 투입 등 긴박한 상황이 펼쳐졌다.
한수원 관계자는 "과거 원전 인근 산불 경험이 있어서 나무를 정리하고 시멘트로 (확산 경로를) 막아 놓기는 했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대비는 하고 있지만 비가 내리는 것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송전망을 관리하는 한국전력공사도 이번 산불 기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전 본사·사업소별 직원 1276명이 비상근무에 들어갔고, 사업소·협력회사 직원 1406명을 현장에 투입해 복구 지원에 나섰다.
송전망은 산을 따라 설치되는 경우가 많아 산불에 취약하고 널리 퍼져있다. 일부 송전망이 파손될 경우 지역 정전, 정상 송전망 과부하 문제도 있어 실시간 대응이 필요하다.
한전 관계자는 "산림청의 도움으로 변전소, 송전탑 등 국가 전력망에 번지지 않도록 하고 있고, 만일을 대비해 인근 변전소 등에 부하 차단 등 조치를 하고 있다"며 "아울러 사전에 설치된 우회 송전선로 등을 통해 전력 공급을 할 수 있게 점검해 관련 문제가 없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를 제외한 영남 지역의 전력 자급률은 100~200% 수준으로 영남지역에는 수도권을 포함한 다른 지역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송전시설도 큰 규모로 구축된 상태다. 영남 지역 송전망 문제가 인근 공급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산불 진화에 성공하더라도 한전의 대응 업무는 계속될 예정이다. 한전은 산불로 대피한 주민 가구에 혹시 모를 전기 사고를 막고자 해당 지역의 전력 공급을 중단했다. 주민 복귀 시기에 맞춰 전력 공급을 재개할 예정이다.
향후 산불 피해가 커 전력 공급이 어려울 경우에는 이동식 설비를 활용해 전력을 공급, 복구 작업을 도울 계획이다.
산불은 현재 영남 외에 경기 북부, 전라북도에서도 산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어 한국전력공사 지역사업소들도 비상근무로 대응하고 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한전은 대형산불에 의한 정전 등 국민들의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신속하고 긴밀하게 대응하며 만일의 사태에도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피해 주민들이 빠르게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전력 설비 손상 여부를 점검하고, 가용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신속하게 복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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