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유럽에서 보기 드문 재정 흑자 국가인 포르투갈이 방위비 증액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이 잇따라 국방비 지출 확대를 추진하고 나선 것과 반대다.
호아킴 미란다 사르멘토 포르투갈 재무장관은 3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수년간의 긴축 정책으로 힘들게 달성한 재정 흑자를 재무장 비용으로 위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르멘토 장관은 국방비 지출이 포르투갈의 재정 흑자를 위협하거나 채무 부담을 늘려선 안 된다면서 "항상 소규모 재정 흑자를 유지하며 방위비 증액을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르투갈의 신중한 입장은 방위비 증액을 위해 재정 족쇄를 벗어던지려는 다른 유럽 주요국들과 대비된다. 독일은 재정 규칙 완화를 통한 무제한 국방비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
FT는 포르투갈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재무장을 위한 투자를 꺼리고 있다며, 대서양을 접하는 포르투갈은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다른 유럽국만큼 방위비 증액 압박을 느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포르투갈의 국방비 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6%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동유럽에 위치한 폴란드의 경우 GDP의 5%를 방위비로 지출한다.
포르투갈은 2011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재정 위기 당시 재정 건전성 악화로 구제 금융을 받았다. 공공 부문 지출 축소, 국영기업 민영화, 노동 시장 개혁 등 뼈를 깎는 긴축 정책이 수년간 이어졌다.
이후 경기가 회복세를 타면서 포르투갈은 덴마크, 아일랜드, 키프로스 등과 함께 유럽의 몇 안되는 재정 흑자국 대열에 합류했다. 2024년에는 GDP 대비 0.7% 흑자를 기록했다.
포르투갈은 이르면 5월 조기 총선을 앞뒀다. 의회는 현 중도우파 정부를 이끄는 루이스 몬테네그루 총리에 대해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지난 11일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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