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28일 금요일, 영남권을 중심으로 확산하던 산불이 점차 진화되고 있다. 전날(27일) 내린 비가 일부 불길을 잡았으며, 이후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기온이 내려가고 상대습도가 상승해 진화에 유리한 기상 조건이 형성됐다. 다만 곧 대기가 다시 건조해질 전망이라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28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전국 11개 산불 중 5개는 완전히 진압된 상태다.
오후 4시 기준 이날 영남권 등엔 △울진 9.8㎜(일 강수량) △청송 1.6㎜ △영천 1.1㎜ △울산 0.6㎜ △의성·밀양 0.5㎜ △대구 0.4㎜ 등 강수량이 기록됐다.
산불을 끄기에 충분한 비는 아니다. 비의 양이 많지는 않았으나, 산불 확산을 늦추는 '지연제' 역할을 하며 진화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비 뿐만 아니라 비가 내리며 올라간 습도 영향도 컸다.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비가 내린 뒤인 28일 오전 대구의 실효습도는 36.0%로, 비가 내리기 전 바싹 말랐던 26일(30%)보다 6.0%p 올랐다. 같은 기간 김천은 36.2%로 2.2%p, 상주는 37.6%로 3.6%p, 구미는 37.9%로 2.9%p 상승했다. 경산은 38.2%로 5.2%p 올랐다. 문경은 40.0%로 6.0%p 상승해 산불 진화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됐다.
습도가 올라가면 산불 확산 속도가 둔화하고, 불길이 약해져 진화 작업이 수월해진다. 이는 공기 중 수분 함량이 증가하면서 연료가 되는 낙엽, 나뭇가지 등의 수분 함량도 함께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국 산림청에 따르면 실효습도가 30% 이하로 낮아지면 산불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며, 반대로 40% 이상으로 상승하면 불길이 크게 확산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습도가 상승하면 연소 과정이 지연돼 화염의 강도가 약해진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상대습도가 10% 상승할 때마다 산불의 평균 확산 속도가 약 20~25%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연료의 건조도가 낮아지면서 불길이 번지는 데 필요한 발화 조건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불똥이 튀어 다른 곳으로 옮겨붙는 '비화'(飛火)를 부르는 바람 강도도 다소 잦아들었다. 영남권 순간 최대 풍속은 초속 18.1m(포항), 내륙에선 초속 13.2m(성주)로 초속 27.6m(안동, 25일)까지 빨라졌던 것과 비교해 다소 약해졌다.
다만 오는 주말인 29~30일엔 산불 진화엔 부정적인 기상 요인밖에 없다. 한시라도 빨리 산불을 잡아야 하는 이유다.
대기는 주말 내내 계속 건조하겠다. 특히 건조 특보가 발효 중인 강원 남부 내륙·산지와 충북 청주·영동·제천·단양, 광주와 전라 동부, 경상권(부산, 남해안 제외)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순간풍속 시속 55㎞ 내외의 강한 바람이 불겠다. 주춤했던 산불이 곳에 따라 빠르게 번질 수 있어서 각별하게 신경 쓰고 대응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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