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 2024년부터 시작된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둘러싼 논란은 2025년에도 진행 중이다. 정부가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3058명에서 4567명으로 1509명을 늘리면서 의료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의료계는 의대 증원이 졸속으로 진행됐다며 의사협회, 의대 교수, 전공의 그리고 의대생까지 똘똘 뭉쳐서 집단적 투쟁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형 병원의 전공의 부재로 인한 진료 공백은 고스란히 일반 국민의 불편과 불만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었다.
국민 여론은 한국갤럽이 지난해 11월 조사한 결과에서도 대체로 의대 정원 확대가 '잘된 일'이라는 응답이 56%로, '잘못된 일'로 응답한 35%보다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의료 서비스 확대 차원에서 의대 증원은 사회적으로 상당한 공감을 얻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의료계 반발에 대한 정부의 미숙한 대응 때문에 일반 국민의 과반수는 자신이 아픈 상황이 올 때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할지 걱정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의대 증원 논란은 5년 전 문재인 정부에서도 시도했다가 의사단체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던 것처럼 여러 번 있었다. 성공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과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번 의대 증원 논란도 정부는 처음 발표한 2000명 증원이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1년이 지난 올해 3월에 뜬금없이 이주호 부총리는 의대 모집인원을 다시 3058명으로 환원하겠다고 발표해 버리는 어리석은 결정을 내렸다.
비록 휴학 중인 학생들이 3월 말까지 전원 학교로 돌아온다는 조건이 있었다지만, 지금까지 힘들게 정부를 믿으면서 진료 불편을 감당해 온 환자나 일반 국민 사이에서는 "이러려고 내가 지금까지 병원 진료 불편을 감수했나!"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무엇을 위한 의대 정원 증원과 증원 원점 회귀인지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전형적인 무원칙과 무전략, 무능력을 정부가 고스란히 노출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전문가와 당사자의 의견이 배제되고, 절차를 무시한 일방통행식 정책 결정으로 정책 대상자인 의대생들과 의료계 종사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고, 자연스럽게 정책 추진에 동력을 약화하는 원인이 됐다.
지금은 다행히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를 철회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오고 있다. 설사 모든 학생이 돌아온다 해도 2024학번과 2025학번 두 개 학년이 동시에 한 교실에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 '의대 교육 더블링'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실제 실습 과부하 우려와 교수진 부족으로 의료 교육은 더욱 부실해지고 의료 교육 현장의 혼란과 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교육부는 의학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2030년까지 의대 교육인프라 확충에 2조 원, 전공의 수련체계 혁신 등에 3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의대에만 총 5조 원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매우 특혜이자 이례적 조치다. 특히 지난 16년간 대학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심화한 재정난으로 인문사회, 기초과학 분야는 거의 고사 위기에 놓여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이해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이번에 의대 정원에서 혜택을 본 30개 사립대학 중 법정 부담금 부담률이 100%가 안 되는 대학이 22개로 무려 73%에 이르고 있다. 한마디로 대학이 책임은 다하지 않으면서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특혜를 보고, 정부 지원금까지 받은 이중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의료정책은 일반 국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충분한 의견 수렴과 협의 과정이 없이 추진될 때 이번 의대 증원 논란에서처럼 어떤 혼란을 초래하는지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다. 의료 인력 확충은 미래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이지만, 즉흥적이고 일방적인 추진만으로 아무리 옳은 정책이라도 성공하기 어렵고, 오히려 일반 국민에게 혼란과 피해만 초래한다는 것을 목격했다.
이제 졸속 행정이 아닌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정책 설계를 통해 의학교육의 질을 향상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의료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