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14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의 60대 운전자가 1심에서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춘근 부장판사는 12일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등 혐의를 받는 차 모 씨(69)에게 금고 7년 6개월을 선고했다. 금고는 수형자를 교도소에 가둬 신체적 자유를 박탈하되 노역이 강제되지 않는 형이다.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실험 등을 근거로 '차량 급발진'이 있었다는 차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차 씨의 차량 가속·제동장치에 기계적 결함이 없었으며, 차 씨가 당시 브레이크 페달이 아닌 가속 페달을 반복적으로 밟았다 떼어 보행자들을 들이받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가속 페달이 아닌 브레이크를 밟았다면 가해 차량은 제동 장치를 작동해 정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고 당시 계속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음에도 오류로 정지하지 않았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이 일반적 차량 운전자에게 요구되는 주의 의무를 다했다면 인명 피해를 방지하거나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차 씨처럼 30년 이상 운전 경력을 가진 운전자들도 페달을 착각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재판부는 "지난 2023년 피고인이 받은 운전적성정밀검사 결과를 보면 위험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30년 이상 운전 경력을 갖고 있긴 하나 장기간 운전 경력을 보유한 운전자들이 페달을 착각해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사례도 종종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의 과실로 9명이 사망하고 5명이 상해를 입어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으며 피고인은 피해자들과 합의하지 못했다"며 "유족들에게 사과하거나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고 볼 아무런 자료도 제출되지 않았다. 유족들은 엄벌을 탄원하고 있지만 피고인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다"고 질타했다.
차 씨는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호텔에서 나와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해 인명 피해를 낸 혐의로 구속 기소 됐다. 이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5명이 상해를 입었다.
차 씨는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검찰 수사 결과 사고 차량에 저장된 위치정보·속도가 사고기록장치, 블랙박스 영상 속도 분석과 일치하는 등 차 씨가 가속 페달을 밟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당시 차량 최고 속도는 107㎞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지난달 15일 "피해자들은 일상적인 공간에서 생명을 잃었고 유족들은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살고 있음에도 피고인은 계속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면서 차 씨에게 법률상 처단형 상한인 금고 7년 6개월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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