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한문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KTX 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14년째 동결된 KTX 요금으로는 안전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이 더 이상 어렵다는 절박한 심정을 토로한 것이다.
한 사장은 25일 대전사옥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단 초청 간담회에서 "14년째 동결된 철도운임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 사장은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KTX 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근 언론에서 언급된 25% 인상률에 대해서는 "KTX 대체차량 구입비용에서 나온 외부 교수님의 의견일 뿐, 코레일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다만 코레일은 올해 업무계획에서 17% 수준의 요금 인상을 검토했다.
한 사장은 "2011년 대비 소비자물가지수는 27%, 고속버스 21%, 항공 23% 상승했지만, KTX 요금은 14년째 동결"이라며 "최저임금은 128.2%나 상승하는 등 원가 상승 요인이 컸음에도 요금을 올리지 못해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어 "안전을 최우선 경영 가치로 삼아 철도 운영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왔다"면서도 "지난해 KTX 수익이 최대치를 경신했음에도 영업손익은 1114억 원 적자, 부채비율은 265%에 달한다"고 코레일의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전했다. 누적 부채 21조 원에 따른 이자비용만 하루 11억 원에 달하고, 전기요금 부담 또한 가중되고 있어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코레일의 가장 큰 고민은 KTX 초기 차량의 노후화다. 한 사장은 "KTX 초기 도입 차량 46편성의 교체를 위해 2027년부터 발주를 시작해야 하는데, 2033~2034년쯤 교체가 가능하며, 이에 따른 비용이 약 5조 원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5조 원에 달하는 교체 비용은 코레일의 재정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코레일은 KTX 안전을 위해 투자를 멈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잇따른 KTX 사고와 지연 사태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안전 투자를 통해 안전 운행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한 사장은 "더 이상 KTX 안전을 외면할 수 없다"며 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코레일도 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을 잘 알고 있다. 한 사장은 "철도운임 인상은 국민경제나 소비자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부와 함께 진행해야 하는 만큼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시길 바란다"며 "힘든 상황에서도 KTX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온 것처럼 앞으로도 철도 안전과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공공성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코레일은 현재 정부와 운임 인상에 대해 실무적 논의를 진행 중이다. 구체적인 인상 시기와 폭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정부의 다양한 지원 방안과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될 예정이다. 한 사장은 "25%는 전제 없이 순수하게 운임 인상만으로 모든 비용을 커버할 때 나오는 수치일 뿐"이라며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인상률과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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