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노민호 정윤영 기자 = 오는 4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선고된다. 헌재의 결정이 나오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떨어진 한국 외교의 신뢰도 회복이 급선무다.
전문가들은 혼란한 상황의 '결론'이 나온다는 점에서 외교력은 상당 부분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관세 폭탄과 안보 비용 증가를 제기하는 한국의 가장 중요한 상대국인 미국이 한국을 보는 시선이 어떨지에 대해서는 상반된 의견이 나왔다.
헌재가 탄핵소추안을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곧바로 대통령직에서 내려오게 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차기 대선까지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 대행이 그간 묵혔던 각국 정상과의 직접 소통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을 챙기는 것"이라며 "상호 관세 문제를 비롯해 미국의 '임시 국가안보방어 전략 지침' 등과 관련해 정부가 미국 측에 요구할 내용을 잘 정리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과 상호 기여를 통해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신뢰감을 갖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라고 덧붙였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앞으로 4년 가까이 민족주의적, 보호주의적 국정 기조로 국제질서를 완전히 흔들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게 가장 우선적인 과제"라고 강조했다.
차기 대선까지 최대 60일 동안 이뤄질 외교적 소통은 차기 정부의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이 소통을 통해 차기 대권 후보들이 외교적 기조를 잡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대권 후보들도 빠르게 외교 기조와 '메시지'를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있다. 준비 시간이 짧은 만큼 빠른 대비가 한국 외교의 신뢰도 제고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헌재가 탄핵소추안을 기각할 경우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렸다. 윤 대통령이 이미 잃은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과, 상대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으로 오히려 정상외교는 빠르게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동시에 나온다.
김정 교수는 "트럼프는 지지가 전혀 확고하지 않은, 탄핵 심판까지 치른 윤 대통령을 만나서 한미관계를 논하진 않을 것"이라며 "또 윤 대통령이 트럼프를 만나러 미국으로 가겠다고 해도 국내 정치적으로 수용이 안 되는 상황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라고 예상했다.
반면 문성묵 센터장은 "윤 대통령이 복귀한다면 동맹국인 미국은 환영할 것"이라며 "빠른 시간에 한미 간 현안과 주변국과의 외교안보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기반이 약한 윤 대통령을 멀리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그렇게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라며 "법적 정통성을 가진 동맹국 정상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을 대하는 태도를 예로 들며 윤 대통령과의 소통도 망설이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국내 상황을 살피기보다 한국 대통령이 본인이 요구하는 걸 들어줄 수 있느냐 없느냐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내 정치에 관심이 없다. 한국의 지도자가 윤석열 대통령이 되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되든 상관이 없다는 뜻"이라며 "그는 '복원된 리더십'과 담판을 지으려 할 것이다. 곧바로 전화 통화와 대면회담 등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엇갈리는 전망 속에서도 전문가들은 헌재의 결정이 나오면 한국의 외교적 활동 폭이 지금보다는 넓어질 것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었다.
박원곤 교수는 "리더십 부재는 외교에서 치명적인 부분"이라며 "헌재의 결정이 나오면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해지는 상황이 된다는 점에서 득이 되는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차두현 부원장도 헌재의 결정 내용과는 무관하게 한국 외교의 '투명성'은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 부원장은 다만 "어떤 결정이 나오든 곧바로 전 세계와 빠르게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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