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미국통' '경제통'으로 꼽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보수 진영의 히든카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보수 진영 대권 주자만 20명에 달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꺾을 '한 사람'은 보이지 않는 구도 속에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한덕수 차출론'이 커지는 와중에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전격 지명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 데 이어 유력 외신 CNN 인터뷰를 통해 통상 정책 구상까지 밝히면서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8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28분간 통화에서 한미 간 무역 균형, 에너지 협력, 안보 및 대북 정책 등 다양한 의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완전한 비핵화'라는 원칙에 공감대를 이뤘고, 한미 군사동맹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방위비 분담 문제도 함께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선 한 권한대행의 일련의 행보 뒤에 '윤심'(尹心·윤석열 전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8일 지명된 이완규 법제처장은 윤 전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로 46년 지기인 핵심 측근이다.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이 이 처장을 헌법재판소장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차기 정권을 염두에 두고 헌법재판소의 이념 구도를 고려한 인사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헌재는 8일 임기를 시작한 마은혁 재판관을 포함해 '보수·중도 4, 진보 5' 구도다. 하지만 진보 성향의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고, 이완규·함상훈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이 구도는 '보수·중도 6, 진보 3'으로 재편된다.
국민의힘은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한 권한대행이 50여 년간의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의 중심을 잡고 이끌 수 있는 '준비된 리더'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재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상황에서, 한 권한대행이 선제적으로 직을 내려놓고 경선에 출마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여권 내부에선 기대 섞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9일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오찬에선 "한 권한대행이 이번 경선에 참여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제안이 다수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초선 의원은 "한 권한대행은 트럼프 관세 전쟁 같은 국제 현안에 해박하고, 경제적 식견도 뛰어난 분이라 별도의 준비가 필요 없을 정도로 좋은 후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출마 여부는 결국 본인의 결단 문제"라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현안 기자간담회 후 질의응답에서 "한 권한대행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고, 많은 의원들과 지역구민들이 (출마를) 소원하고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권한대행 차출론이 제기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재선 의원은 "경험이 많고 공직 경력도 길어 국민들 입장에서는 참신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정치인으로서 경선 경쟁력을 갖췄는지는 의문"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 지도부 인사도 "전문성은 뛰어나지만, 정치적 역량보다는 관료적 성격이 강한 분이라는 판단"이라며 "지도부 차원에서 논의된 건 아니지만,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다만 이른바 '한덕수 차출론'은 정작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권한대행은 최근 총리실 간부들에게 "대선의 'ㄷ'도 꺼내지 말라"며 대선 출마 관련 언급을 삼가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한대행 측은 애초 출마 의사가 없는데도 여권 일각에서 일방적으로 '희망회로'를 돌리며 등을 떠미는 분위기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권한대행은 그간 여러 차례 권한대행직을 공직의 마지막 소임이라고 밝혀 왔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