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우리 군이 지휘관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성공만을 추구하는 리더십에서 탈피해 '모든 장병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27일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따르면 지평기 연구위원은 최근 '미 해병대의 리더십 교범 변화: 주요 내용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국방논단' 기고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지 연구위원에 따르면 미 해병대는 지난해 '해병대 리더십'(Leading Marines)과 '군인정신 확립'(Sustaining the Transformation)이라는 두 개의 주요한 리더십 교범을 개정했다. 이 교범들은 2014년 이후 10년 만에 재개정된 것으로, 미 해병대는 간부후보생과 부사관, 장교는 물론 인류학자, 심리학자, 작가 등의 자문을 받아 약 3년간 개정 작업을 진행했다.
미 해병대의 새로운 교범은 병사·부사관·위관장교·영관장교 등 각각의 계급 단계에서 더욱 집중적으로 고려해야 할 이슈를 다뤄 전체 구성원들이 참고할 수 있는 리더십 요소를 기술한 게 특징이다. 또한 '해병대 정신'의 세부 목차 중 '헌신'이 '국가, 해병대, 동료에 대한 충실함'으로 변경되는 등 개인의 자율성에 기반한 구성원 간 상호작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해병대 리더십'의 목차 가운데 '불굴의 의지'와 '전투력과 승리'는 각각 '회복탄력성'과 '신뢰와 실패'로 변경됐다. 이는 리더의 강인한 의지와 정신력을 중시하며 '성공'만을 좇기보다는, 무결점의 임무수행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지 연구위원은 "역경과 고난이 자연스러운 일이며, 중요한 것은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것임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임무수행 중 발생하는 실수를 무조건 비난하거나 금기시해서는 안 되며 학습과 성장의 계기로 삼는 것의 중요성을 기술했다"라고 설명했다.
미 해병대의 리더십 교범 개정은 우리 군에게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인력 획득·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최근 입대하는 장병들의 의식과 행동이 이전 세대와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은 한미 공통의 현상이기 때문이다. 해병대의 핵심 임무는 전투준비태세 유지와 승리이지만, 이제는 계급에 관계없이 모든 해병대원이 적어도 '스스로의 리더'라는 관점도 힘을 얻고 있다.
지 연구위원은 "(우리 군도) 모든 장병들이 능동적 생활과 임무수행이 가능한 '리더'로 간주하고 자율과 책임에 입각한 복무가 가능하도록 부대 운영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라며 "징병제 하에서 암묵적으로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여겨져 왔던 병사들이 부대 임무 수행의 주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임무와 역할을 명확히 부여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실패를 용인하고 발전의 계기로 삼는 조직문화 조성이 필요하다"라며 "혁신적인 시도와 도전정신이 요구되는 상황이 빈번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하는 실수·실패는 발전의 계기로 삼는 조직문화가 요구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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