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북한이 올봄 지속된 센바람으로 산불 발생 위험성이 높다면서 전국 각지에 '산불위험주의경보'를 발령했다. 북한이 산불 경보를 낸 것은 처음인데, 남한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해 경각심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1일 조선중앙TV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평양, 평안남·북도, 남포에 그리고 전날인 3월 31일까지 황해남·북도, 함경남·북도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 산불위험주의경보를 발령했다.
TV는 "올봄에는 강수량이 적어서 지난 시기보다 날씨가 더 건조한 데다 센바람도 자주 불기 때문에 산불이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에 여러 지역에 산불위험주의경보가 발령됐다"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매년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봄철이면 철저한 감시를 당부하는 등 산불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는데, 경보까지 발령한 것은 이례적이다.
통일부는 "그간 북한 여러 매체에서 산불 위험성 관련 보도를 해왔지만 이번 같은 경보 발령은 처음인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전했다.
최근 북한 내에서 산불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없었는데 북한이 경보까지 발령하면서 산불 방지에 나선 것은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에서는 지난달 21일 경남 산청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주변으로 번지며 서울 면적의 약 80%에 달하는 산림이 초토화되고, 30명이 숨지는 등 역대 최악의 산불 참사가 발생했다.
북한 매체들은 한국 산불에 대해 보도하지 않다가 지난달 28일에야 "괴뢰한국에서 지난 주말 발생한 산불로 피해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며 4문장짜리 단신 기사를 한 차례 내보냈다.

특히 이번 산불은 건조한 대기와 강풍으로 인해 빠르게 확산됐는데 북한 역시 이같은 날씨 변수에 주목했다. 기상수문국(북한의 기상청) 실장은 TV에 출연해 "우리나라에 센바람이 자주 불 수 있는 기상 조건이 형성됐다"면서 "지난 시기에는 일부 제한된 지역에서만 산불 위험성이 있었다면 올해는 북부 내륙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에서 산불 발생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위험성을 강조했다.
기상수문국 처장도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 회견에서 "토양이 메마르고 대기가 건조하며 센바람이 자주 불어 대부분 지역에서 산불 발생 위험성이 매우 높다"며 "앞으로 4월 상순경까지 대체로 이러한 기상 조건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측했다.
북한은 산불 진화 장비를 비롯해 재난 대응 시스템이 열악한 만큼 예방과 조기 진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들은 "산림감독 부문을 비롯한 해당 단위에서 산불을 막기 위한 대책을 잘 세워야 한다"며 "입산 질서를 엄격히 지키도록 감독 통제를 강화하고 위험구역에 대한 감시와 통보 인원동원 체계를 철저히 세워야 한다"라고 연일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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