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북한이 평양을 확장하는 새 수도 건설 구상을 공개했다. 도농 격차를 줄이겠다며 지방에 살림집과 공장을 우후죽순 건설하면서도 체제의 권위와 직결되는 평양의 영향력도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16일 열린 평양 화성지구 4단계 1만 세대 살림집 건설 착공식에 참석해 '수도 확장 건설 구상'의 일부를 소개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화성지구 건설을 마무리하고 다음 단계로 강동 방향으로 평양시 거리를 확장하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강동군은 행정편제상 평양시에 속해있지만 시내 중심부에서 30㎞ 이상 떨어진 외곽의 낙후된 지역이다.
북한은 지난 2023년부터 강동군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강동온실농장이 준공됐고, 올해는 '지방발전 20X10 정책'의 일환으로 이곳에 강동군병원과 종합봉사소를 시범 건설하기로 했다.
강동군 개발과 함께 평양 중심부로 이어지는 대규모 거리 확장 공사까지 이뤄지면 더 많은 인적·물적 교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는 평양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또 화성지구에서 삼석구역 성문동까지의 구간에 수만 세대의 현대적인 살림집들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평양의 북동쪽이자 강동군 인근에 있는 삼석구역도 도심에서 다소 떨어진 외곽 지역에 해당한다.
북한은 평양 5만 세대 살림집 건설 계획 대부분을 화성지구에 집중하면서 이 지역을 개발해 왔는데, 화성지구를 관문 삼아 강동군, 삼석구역 등 외곽으로 평양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본문 이미지 - (평양 노동신문=뉴스1) =화성지구 4단계 1만 세대 살림집 건설 착공식.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https://image.news1.kr/system/photos/2025/2/17/7134940/high.jpg/dims/optimize)
이외에도 북한은 대성구역에 주요 과학연구소들과 기술대학, 군관학교들을 건설하고, 선교구역 등메동지구, 모란봉구역 월향동지구, 형제산구역 하당동지구를 비롯한 수도권 내의 낙후한 지역들과 교외의 낡고 뒤떨어진 생활문화지역들을 개변하는 사업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외곽뿐 아니라 도심 내의 낙후 지역도 손을 보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 계획들을 당 대회에 보고하고 차기 당 주요사업으로 인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1년 8차 당 대회에서 밝힌 평양시 5만 세대 살림집 건설이 완료되면 9차 당 대회를 통해 새 수도건설 사업에 착수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구상에는 북한이 최근 몇 년간 지방도 평양 수준의 생활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지방 균형 발전에 주력하는 가운데서도 결코 '권위'의 상징인 평양 개발에 소홀하지는 않겠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북한 체제 특성상 평양의 권위는 곧 체제의 권위와 같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북한의 정권을 떠받치는 핵심 계층이 몰려있는 평양의 확장을 통해 최고지도자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평양 주민의 수를 실질적으로 늘려 체제 발전의 추동력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북한에서는 평양 거주 자체가 일종의 특권으로 여겨진다. 충성심이 높은 특권층이 늘어나면 당 사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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