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추진잠수함, 6000~7000톤급 추정…북미 대화 노리고 공개"

KIDA 이상규·신승기 보고서 "SLBM·SLCM 동시 탑재할 듯"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공개한 핵추진 잠수함 건조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공개한 핵추진 잠수함 건조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북한이 이달 초 건조 사실을 처음 공개한 핵추진잠수함이 배수량 6000~7000톤의 규모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을 동시에 탑재할 수 있을 것이란 전문가 평가가 나왔다.

실전 배치될 경우 한미에 실질적 위협 요인인 이 잠수함이 공개된 이유는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화 여건 조성에 있어 유리한 지점을 선점하기 위해서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25일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따르면 연구원 소속 이상규 핵안보연구실장과 신승기 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실태 분석 및 평가'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개한 '핵동력 전략유도탄잠수함'은 약 6000~7000톤급으로 추정되며, 이는 중국과 영국의 일부 핵잠수함과 유사한 규모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미국 해군의 공격 핵잠수함 로스엔젤레스(LA)급의 배수량이 6000톤 내외로, 이 분석이 맞는다면 북한은 이에 준하거나 더 큰 규모의 잠수함을 건조 중인 셈이다. 핵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우리 해군의 경우 최신 잠수함이 3000톤급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8일 노동신문을 통해 핵추진잠수함의 건조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핵추진잠수함은 북한이 지난 2021년 8차 당 대회에서 제시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5대 과업 중 하나지만, 실체가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이 잠수함의 세부 제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2023년 9월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이라며 공개한 '김군옥영웅함'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추진 동력도 원자력으로 개선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북한이 공개한 잠수함은) 중·대형급 이상 미사일을 탑재할 가능성이 크고, '전략유도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만큼 SLBM 6~12발과 SLCM 10여발을 동시에 탑재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 잠수함이 실제로 작동하기까지는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잠수함용 원자로는 고농축 우라늄(HEU) 또는 20% 이상의 농축도를 가진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며, 이를 실증하고 검증하기 위해서는 실험로 구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까지 관련 작업에 돌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문 이미지 -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핵추진 잠수함 건조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핵추진 잠수함 건조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북한은 잠수함 건조 과정에서 겪는 기술적 과제를 해결하거나 건조 속도를 높이기 위해 러시아에 기술 지원을 이미 요청했거나, 요청할 가능성이 매우 클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가 핵추진 기술을 지원할 경우 개발 속도는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진은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핵추진잠수함 건조 정황을 공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북한은 핵추진잠수함 공개에 앞서 지난해 9월과 올해 1월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했는데, 이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핵 능력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행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스몰딜, '핵군축·군비통제', '위험 감소' 등의 소극적 접근을 유도하려는 강력한 동기를 갖고 있다"라며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통해 핵 억제력을 과시하면서도, 동시에 협상의 문을 열어두는 방식으로 미국을 압박하고자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핵추진잠수함이 실전배치되면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에 비해 작전 지속 시간이 크게 증가해 원거리 작전 수행이 가능해지며, 이러한 능력은 한미의 대(對)잠수함 작전에 새로운 도전과제가 될 전망이다.

연구진은 "북한의핵추진 잠수함 개발은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 그리고 서태평양 지역의 안보 환경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군사적 의도를 넘어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과 신뢰성을 약화시키며 한미 간 분열을 유도하는 기제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짚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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