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해=뉴스1) 윤왕근 기자 = "전파한다. 오후 1시 30분 동해시 이로동 산95 야산서 원인미상 산불 발생. 남서풍 타고 연소 확산 중."
13일 오후 1시 30분쯤 강원 동해시 옛 한중대학교 캠퍼스에 차려진 소방 상황실에서 긴박한 내용의 무전이 울려 퍼졌다.
이날 산불은 실제상황이 아닌 강원도소방본부가 봄철 동해안 대형 산불을 대비해 실시한 가상훈련이다.
무전이 전파되고 2분 뒤 캠퍼스 인근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더니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동해소방서 북삼119안전센터와 삼화119안전센터 펌프 차량이 교내로 들어왔다.
화재가 남서풍을 타고 동해시 상수도사업소 쪽으로 확산하자, 동해소방서는 오후 1시 32분을 기해 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한 상황.
현장에 도착한 소방 당국은 한중대 기숙사에 남아있던 20명을 먼저 대피시키고 소방 호스로 살수 작업을 시작했다.
초반 불길이 잡히지 않고 오히려 강한 서풍을 타고 동회동마을 방면으로 확산하자 진화헬기 지원을 요청했다.

동회동 마을에선 대피하던 주민 2명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불길이 인근 창고단지와 한중대 간호동까지 번지자 소방 당국은 오후 1시 58분을 기해 인접 5~6곳의 소방 인력과 장비가 총출동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진화헬기는 인근 담수지에서 물을 머금고 산불 현장 이곳저곳에 물을 뿌렸다.
진화헬기와 더불어 현장에서 돋보인 것은 고성능 산불진화차(벤츠 유니목)였다. 독일 벤츠사 유니목5023 차체를 개조해 만든 이 차량은 험로가 많은 산악 지형에서 운용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탱크 용량도 일반 산불 진화차(800리터)의 5배에 달하는 4000리터에 달하고, 주행 중 고압 분사가 가능하다. 특히 강풍의 영향을 받는 동해안 대형산불 특성상, 기상 상황에 따라 운행 제약이 심한 헬기보다 더욱 운용이 수월하다.
실제 지난해 4월 강릉 경포 일대를 휩쓴 대형산불 현장에서도 8000리터급 초대형 진화헬기는 강풍 시동조차 걸어보지 못하고 강릉산림항공관리소에 계류해 있어야 했다.
당시 성인 남성도 서 있지 못할 초속 30m 강풍으로 헬기가 투입되지 못하면서 신난 화마(火魔)는 금세 속도를 내 경포도립공원 인근으로 번져 펜션단지와 주택, 문화재 등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에 현장에선 "4월 '양간지풍(羊肝地风)'이 강하게 부는 동해안 산불 현장에서는 초대형 진화헬기 보다 '벤츠 소방차'가 훨씬 낫다"는 평이 나왔다.

이날도 이 고성능 산불진화차는 험한 산악지대를 어렵지 않게 누비며 분당 2800리터의 강한 물줄기를 뿜어댔다.
이 같은 '벤츠 소방차'와 진화헬기가 협공을 이어가자 화마(火魔)도 점차 생기를 잃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전기에서 "오후 2시 32분 주불 진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제가 아닌 가상이었지만, 이날 산불로 사망 1명 등 사상자 3명이 발생하는 등의 피해를 남겼다.
이날 훈련에는 소방대원 207명과 펌프차·물탱크차·소방헬기 등 총 53대의 장비가 투입됐다. 또 동해시, 국유림관리소, 해군1함대, 쌍용씨앤이 등 유관기관이 함께 참여했다.
도소방본부는 이날 훈련을 통해 올 봄철 산림화재 발생 시 초기 대응과 유관기관 협력 등 효율적인 소방력 배치를 검증했다는 평가다. 또 주민 대피와 시설 보호 훈련을 통해 철저히 실제 화재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하겠단 방침이다.
김승룡 도소방본부장은 “이번 동원훈련을 통해 유관기관 간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육상·공중 대응체계 점검했다"며 "동원자원의 효율적인 운용으로 대형 산림화재 발생 시 도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