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수희 배지윤 김진희 기자 = 고물가·고환율 등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 내수 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대법원 판결에 따른 통상임금 비용 부담 증가, 이상 고온 현상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해 백화점과 패션업계 수익성이 악화했다.
그럼에도 K-푸드·K-뷰티의 선전으로 식음료 및 화장품업계는 해외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까지 신장해 전망을 밝게 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투톱' 백화점을 보유한 롯데쇼핑(023530)과 ㈜신세계(004170)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12월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판결에 따른 추정 부담금 비용이 증가한 탓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6.9% 감소한 4731억 원을, 같은 기간 신세계는 25% 감소한 4795억 원을 기록했다. 연결 기준 순매출액은 롯데쇼핑은 3.9% 줄어든 13조9866억 원, 신세계는 3.3% 증가한 6조5704억 원으로 상반된 결과를 나타냈다.
반면 높은 물가에 초저가를 찾는 불황형 소비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아성다이소의 지난해 매출은 4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매출 2조 원을 돌파하고 4년 만인 2023년 3조4605억 원을 달성한 지 불과 1년 만이다.
아성다이소는 같은 상품일지라도 1000~5000원으로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하고 최근 생활용품 판매에서 뷰티, 의류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몸집을 키웠다. 특히 1만 원 내외였던 '뷰티' 상품군을 '초저가'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면서 국내 소비자는 물론 해외 관광객의 '필수 관광 코스'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식품업계는 K-푸드의 해외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고성장을 달성, 내수 침체 속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보였다.
삼양식품(003230)은 BTS 지민이 라이브 방송에서 불닭볶음면을 먹는 장면이 포착된 것으로 계기로 북미·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불닭 신드롬'이 확산했다. 브랜드 인지도가 급상승하면서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33% 증가한 3442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으며 매출도 45% 증가한 1조7300억 원을 기록했다.
풀무원(017810)도 북미 시장 성장에 힘입어 사상 첫 '3조 클럽'에 진입했다. 해외 사업 매출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미국 법인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4.4% 성장률을 보였다. 풀무원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7.4%, 48.6% 증가한 3조2137억 원, 영업이익은 921억 원이다.
같은 기간 오리온 역시 중국·베트남·러시아 등 해외 법인의 고른 성장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매출 3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 컨센서스(추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오리온의 매출은 전년 대비 약 6.5% 증가한 3조 1010억 원, 영업이익은 10.3% 증가한 5459억 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패션·뷰티 업계는 극명하게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
'K-뷰티' 열풍을 탄 화장품 업계는 '투톱' 아모레퍼시픽(090430), LG생활건강(051900)이 중국에 치우친 해외 시장 포트폴리오를 재구조화하는 이른바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으로 지난해 높은 성장세를 기록,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전년 대비 5.9% 신장한 4조2599억 원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무려 64% 오른 2493억 원을 기록했다. 주력 계열사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3조8851억 원)과 영업이익(2205억 원)이 5.7%, 103.8% 급증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LG생활건강(051900)은 지난해 매출 6조8119억 원으로 전년 대비 0.1% 증가했다. 음료 부문에서 인력 구조조정 등 사업 효율화 관련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며 영업이익은 5.7% 하락한 4590억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내수가 중심인 패션 업계는 소비 심리 둔화에 고온 현상으로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는 등 부진을 떨치지 못했다.
'맏형' 격인 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매출액 2조40억 원, 영업이익 1700억 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2조 클럽'을 달성하며 선방했다. 반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1조3086억 원(-3.4%), 영업이익 268억 원(-44.9%)으로 고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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