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785억 부당대출" 도넘은 온정주의…'국책은행 민낯' 드러낸 기업銀

윤리 규정 선언적 수준…책무구조도에 '이해상충 관리' 도입
영업점 내부통제 구멍…금감원, 올해 '영업점 정기검사' 추진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에서 기업은행에서 발생한 882억원 규모의 부당 대출 건에 대한 검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3.2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에서 기업은행에서 발생한 882억원 규모의 부당 대출 건에 대한 검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3.2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김재현 기자 = IBK기업은행의 퇴직 직원이 현직 직원인 부인, 입행 동기 등과 짜고 수백억원대 부당대출을 일삼은 사실을 금융감독원이 적발하면서 국책은행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무려 7년간 882억 원의 조직적 부당대출이 이뤄졌음에도, 제보로 인지하고 확인 후에도 은폐·축소하려는 그릇된 온정주의가 일을 키웠다.

특히 민간 시중은행이 아닌 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 그중에서도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서 고객 돈을 '짬짜미'로 대출을 내줬다는 점에서 사안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이 부당거래를 방지하는 '임직원 윤리·복무규정'이 선언적 수준이라며, 사실상 금융사 자율에 맡겨 온 이해상충·부당거래 방지를 위해 '업계 표준 가이드라인' 제정에 나선 배경이다.

당사자 자발적 신고에만 의존…"온정주의로 사고 축소"

금감원은 지난 25일 브리핑을 통해 이런 내용을 담은 '이해관계자 등과의 부당거래에 대한 최근 금감원 검사사례'를 발표했다.

앞서 기업은행은 지난 1월 자체 정기감사를 통해 239억 5000만 원 규모의 배임사고를 공시했다. 금감원의 고강도 수시 검사 결과, 해당 부당대출 규모는 총 785억 원(총 51건)으로 늘었다.

검사 결과 기업은행에서 14년간 근무한 뒤 퇴직한 A 씨는 부동산시행업 등을 영위하며 기업은행에 재직 중인 배우자 B 씨(팀장·심사역), 입행 동기, 사모임, 거래처 관계 등을 통해 친분을 형성한 임직원 등 총 28명과 공모하거나 조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대출 관련 증빙, 자기자금 부담 여력 등을 허위로 작성하고, 심사역 등 은행 임직원은 이를 공모·묵인하는 방식이다. A 씨 외 추가 부당대출 적발 규모를 합하면 총 '882억 원'에 이른다.

아울러 기업은행은 지난해 8월 A 씨와 입행동기의 비위행위 제보를 받고 9∼10월 자체조사를 통해 불법 대출·금품수수 등 부당거래를 인지했지만, 금감원에 뒤늦게 보고했다. 기업은행의 관련 금융사고 보고 시점은 지난해 12월 26일이다.

사고 은폐·축소를 시도하고 조직적으로 검사를 방해한 정황도 있다. 지난 1월 16일 직원 6명이 관련 자료 및 사내 메시지를 삭제한 것이 확인된 것이다.

금감원은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은행이 명확하게 이해관계 거래에 대한 기준과 관리 절차, 방법 등을 정책으로 마련해야 함에도 대부분은 윤리·복무 규정 등을 통해 선언적으로만 규정한다"며 "경영진이나 이사회에 주기적으로 보고하고 실질적으로 관리해야 함에도, 당사자의 자발적 신고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해거래 관계가 은행의 규정을 위반했을 때도, 엄정한 사후 대응이 뒤따라야 하지만, 부당행위가 발생했음에도 평판 저하 우려 등 사고를 축소하거나 온정주의로 조치하는 등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본문 이미지 - (기업은행 전경)
(기업은행 전경)

국책은행 내부통제 구멍…책무구조도에 '이해상충 관리' 도입

이번 사안은 지난 2월 KB·우리·NH농협금융 지주 및 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서 총 3875억 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적발된 것과 달리,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서 내부통제에 구멍이 뚫렸다는 점에서 특수성을 가진다.

금융업의 경우 다른 업종과 달리 자기 돈으로 사업하는 것이 아닌 고객 돈으로 하는 사업이라 다른 산업에 비해 더 강한 선관주의 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가 요구된다. 이는 민간 시중·국책은행 모두에 해당하지만, 대규모 정부 자금이 투입된 국책은행이라면 더 강한 의무가 요구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 부원장도 이런 점을 지적했다.

이 부원장은 "지난 2월 사례와 비교해 보면 이해관계자와의 거래에 대한 관리 측면에서 굉장히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향후 처리방향'을 두고도 온도 차이가 감지된다.

지난 2월 검사 결과 발표 당시에는 경영·관리상 취약점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감독 방안을 마련하고 엄정 제재하는 것에 그친 바면, 이번에는 국제 규범과 우리나라 은행법 간 차이점을 언급하는 등 '근본적인 자발적 규제'를 시사하면서다.

대표적으로 국제결제은행(BIS)은 '이해관계자 범위'를 대주주 및 친인척 등 외에도 주요 직원 등 포괄적으로 정의하지만, 우리나라 은행법 등에는 해당 금융사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주주'를 중심으로 신용공여 등 일부 유형에 한정해 규제한다.

이에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 임직원, 가족, 사적 이해관계자, 거래처 등과의 이해상충 및 부당거래 방지는 각 금융사 내부통제 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금감원은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업계 표준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각 금융사가 거래처 등록 관리 및 실제 거래 현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도록 하고, 거래처 관련 부정행위에 대한 신고센터를 운영하도록 하는 식이다.

이 부원장은 "대주주 신용공여 등을 열거하는 형태로 입법이 이뤄지다 보니 지금과 같은 흠결이 나타나는 상황"이라며 "금융사가 법령상 요구하는 최소한만 준수하고 선관주의 노력은 안 하고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특히 내부통제 질적 제고를 위해 지난 1월 도입한 책무구조도에 '이해상충 관리 대책'도 도입한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책무구조도 도입에도, 실효성 있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여부가 굉장히 부족하다는 진단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도입이 얼마 되지 않아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번 건을 계기로 이해상충 관리 부분도 책무구조도에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구멍 뚫린 영업점…금감원 '영업점 정기검사' 추진

은행 본점이 아닌 일선 영업점에서 잇따라 부당대출 사고가 발생하는 점을 두고, 금감원은 본점 정기검사처럼 영업점에 대해서도 검사를 정례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통상 영업점에 대한 검사는 은행 본점이 자율적으로 실시한다. 영업점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본점이 즉시 금감원에 보고하는 구조다.

지난 2월 검사 결과 우리은행 외에도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에서도 각각 892억 원, 649억 원의 부당대출이 이뤄지는 등 본점 대비 상대적으로 느슨한 영업점에 대한 감독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본점에 대한) 정기검사 진행과 별도로, 은행별로 영업점에 한해 정기검사 계획을 올해 준비 중"이라며 "시기, 규모, 세부 기준 등을 두고 고민 중"이라고 했다.

다만 인력 한정 문제로 은행별 정기검사에 나서더라도 전체 영업점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에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한 영업점, 리스크가 높은 영업점 등을 선별·추출해 검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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