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열흘 간의 짧은 시범경기였지만, 그 기간 분명 존재감을 과시한 이름은 있었다. 신예부터 외국인선수, 반등을 노리는 이까지, 시범경기에서 활약한 이들이 정규시즌에도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5 신한 SOL뱅크 KBO 시범경기는 지난 18일을 끝으로 종료됐다. 팀 당 10경기씩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키움 히어로즈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은 경기 취소로 인해 7~9경기를 소화했다.
시범경기 리그 타율 1위는 0.407의 오명진(24·두산 베어스)이 차지했다.지난해까지 1군 무대 출전이 9경기, 9타석에 안타가 한 개도 없었던 생소한 이름이다.
202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6라운드로 두산의 지명을 받은 오명진은 현역으로 병역 의무를 마친 뒤 지난해 팀에 돌아왔다. 퓨처스리그에서 0.313의 타율로 타격왕 경쟁을 벌이는 등 2군 무대에서 인정을 받았는데, 일취월장한 기량으로 올해 스프링캠프에도 합류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두산은 붙박이 주전 3루수였던 허경민(KT 위즈)이 이적하면서 기존 2루수였던 강승호를 3루수로 이동시킬 계획이다. 이에 2루수 자리가 공석이 됐는데, 현재로선 오명진이 가장 앞서가는 모양새다. 시범경기에서 1군 투수들을 상대로도 경쟁력을 보였다.
이승엽 두산 감독도 "시범경기 들어 (주전 2루수 구상이) 오명진으로 기울기 시작했다"면서 "타석에서 상대 투수 공에 대응하는 방법도 좋고 결과도 잘 나왔다. 모든 면에서 가장 앞서 있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오명진이 '중고 신인'이라면, 정현우(19·키움 히어로즈)는 올해 프로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진정한 의미의 신인이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키움의 지명을 받은 정현우는, 시범경기에서도 '슈퍼루키'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정현우는 시범경기에 3차례 등판해 11이닝 2실점(1자책)으로 평균자책점 0.82를 기록했다. 11이닝 동안 탈삼진 10개를 솎아냈고, 실점도 마지막 등판이던 18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처음으로 기록했다.
키움은 일찌감치 정현우를 팀의 4선발로 낙점하고 스프링캠프에서부터 공을 들였다. 시범경기였고, 아직 5이닝 이상 투구를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감안해도 현재로선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10개의 삼진을 잡는 동안 볼넷도 5개나 기록하는 등 다소 불안한 제구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외국인선수 중에선 콜 어빈(31·두산)이 단연 돋보였다. 어빈은 2021~2022년 빅리그에서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고, 한국으로 오기 직전 시즌인 2024년에도 선발과 롱릴리프 등으로 뛰며 111이닝을 소화했다. 사실상 '현역 빅리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계약 때부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시범경기에서도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했다. 2경기에 등판해 7이닝 무실점, 무사사구에 탈삼진은 10개를 솎아냈다.
단순히 결과만 좋은 게 아니다. 시범경기임에도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50㎞를 찍었고, 스트라이크 비율이 70%를 넘나드는 등 칼 같은 제구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지난 2시즌 간 KBO리그를 평정했던 에릭 페디, 카일 하트(이상 NC 다이노스), 더스틴 니퍼트, 조시 린드블럼, 아리엘 미란다(이상 두산 베어스) 못지않은 임팩트로 정규시즌에서의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나균안(27)은 올 시즌 부활을 기대하게 했다.
나균안은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후 2022~2023년 팀의 선발 한축으로 활약했다. 국가대표에 선발돼 병역 특례를 받는 등 승승장구를 이어간 그였다.
하지만 지난해 시즌을 앞두고 개인사와 부상 등의 문제가 겹치며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26경기에서 4승7패에 평균자책점은 무려 8.51이었다. 기대감을 갖기 어려운 성적표였다.
그러나 김태형 롯데 감독은 새 시즌 또 한 번 나균안에게 기회를 줬고, 그는 시범경기에선 일단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11일 LG 트윈스전에선 3⅔이닝 1실점을 기록했고, 18일 키움전에선 5이닝 8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시범경기 기록은 2경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3.12로 '압도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투수진에 고민이 많은 롯데로선 나균안의 부활이 반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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