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대한민국 역대급 산불 피해를 불러온 경북 의성 산불 원인이 성묘객의 실화(失火)로 잠정 파악됐다. 경남 산청 산불은 농장주가 예초기로 잡초제거를 하는 과정에서 불씨가 튀었고, 울산 울주에서도 60대 남성이 농막에서 용접 작업 중에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10년간 산불 주요 원인도 '사람의 부주의'로 밝혀졌다. 28일 산림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국내 산불 발생 건수는 연간 약 545건이다. 가장 큰 산불이 발생했던 시기는 동해안 산불이 있었던 2022년이다. 피해 면적만 2만4797헥타르(㏊)로 여의도 면적의 약 85배에 달한다.
이 기간에 546건을 대상으로 산불 발생 원인을 조사한 결과 입산자 실화가 31%(171건)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기타(159건)를 제외하면 쓰레기 소각이 13%(68건)로 뒤를 이었다. 논·밭두렁 소각 11%(60건), 담뱃불 실화 7%(35건), 성묘객 실화 3%(17건) 순이다. 요컨대 불법 소각, 실화 등 사람의 부주의가 산불 주요 원인 임을 알 수 있다.
부주의로 산불을 일으킨 방화범에 대한 법적인 처벌은 어떠할까. 산림보호법에 따르면 산림보호구역 또는 보호수에 불을 지른 자는 7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2022년 토치로 집에 불을 질러 강릉과 동해 일대 대형 산불을 낸 이 모 씨는 이듬해 대법원에서 징역 12년을 확정 받고 복역 중이다.
다만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 실화의 경우 처벌은 대체로 미미했다. 지난해 산불 발생 279건 가운데 사법처리가 된 산불은 110건이었다. 사법정보공개포털에서 제공되는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가 포함된 1심 판결문 27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실화 혐의만으로 징역형이 선고된 경우는 0건으로 확인됐다.
징역형 집행유예 17건으로 가장 많았고 벌금형이 7건으로 뒤를 이었다. 징역형 2건, 벌금형 집행유예 1건이었다. 여기서 징역형은 단순 방화 외에 다른 범죄 혐의가 추가돼 가중처벌된 경우에 해당했다.
대구지방법원은 지난해 2월 피고인 A 씨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라이터 1개를 압수했다. A 씨는 경주시 배반동 소재 국가지정문화재인 선덕여왕릉 앞 호석 옆에 쓰레기를 두고 라이터로 태운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 또 다른 장소의 무덤 옆에서 향과 양초에 불을 붙여 자신의 건강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다 실화를 일으킨(산림보호법 위반) 혐의 등이 적용됐다.
대전지법 홍성지원에서 징역 1년 3개월을 받은 B 씨 경우도 실화에 따른 산림보호법 위반 외에도 공용건물손상, 건조물침입 혐의 등이 인정됐다.
같은 기간 벌금형은 통상 피해 면적에 비례해 50만~2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심에서 최대 2000만원 벌금형을 받은 C 씨는 실화로 상주시 소유 산림 97.14㏊(여의도 면적 약 3.5배)를 훼손한 혐의가 받아들여졌다.
전문가들은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처벌 기준을 높이기보단 현행 벌칙 규정대로 처벌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방화범 검거율은 32.6%에 불과해 산불 발생 건수 대비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