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뉴스1) 허진실 기자 = 통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문재인 정부 참모진에 대한 1심 첫 재판부터 검찰과 변호인 간 신경전이 빚어졌다.
26일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김병만)는 통계법위반,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김수현·김상조 전 청와대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등 11명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PPT를 이용한 모두진술을 통해 청와대 비서실과 국토부가 어떤 식으로 부동산원, 통계청을 사전검열하고 통제했는지 그 구조를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 측은 검찰이 ‘통계 조작’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는 취지로 수차례 이의를 제기했다.
김현미 전 장관의 변호인은 검찰이 언론을 의식해 법률 용어도 아닌 ‘통계 조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검찰의 모두진술은 재판부 설득용이 아닌 방청석에 있는 언론용”이라며 “통계 조작이라는 말은 공소사실 어디에도 없다. 공소사실에 전제한 법률용어를 사용해달라”고 요구했다.
재판부가 변호인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이면서, 이후 검찰은 ‘통계법 위반’으로 용어를 바꿔 진술을 이어갔다.
피고인 중 유일하게 소득통계 관련 혐의로 기소된 홍장표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측도 공소 요지에 통계 조작 내용이 없다고 꼬집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홍 전 비서관은 2018년 1분기 가구별 소득분배 불평등이 역대 최악으로 나오자 비난 여론을 회피하기 위해 통계청 직원으로 하여금 외부로 반출할 수 없는 통계기초자료를 제공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홍 전 비서관의 변호인은 “오늘 검찰의 발표가 이상하다. 언론 보도용 같다”며 “방금 설명한 기소 요지에는 통계를 조작했다는 내용이 없지 않냐. 이는 명백한 허위 사실 공표”라고 반박했다.
이에 검찰은 “해당 통계 자료를 제공하게 해 통계청 직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덧붙이며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정정했다.

피고인들은 공판준비기일과 마찬가지로 혐의를 전부 부인하며 무죄 주장을 유지했다.
이날 재판 시작 전 취재진을 만난 김수현 전 정책실장은 “통계 조작 지시는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장차관급 인사가 서른개 넘는 통계 중 하나를 조작하라 지시할 이유가 없다”며 “재판 과정에서 충분히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을 정리하는 한편 효율적인 심리를 위해 통계별로 변론을 분리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김수현·김상조 전 정책실장 등 7명은 문재인 정부 시기 발표한 부동산 대책으로 집값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도록 한국부동산원 산정 '주간 주택가격 변동률'을 2018년부터 2021년 8월까지 125차례에 걸쳐 조작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주택통계뿐 아니라 소득·고용 통계를 왜곡·조작하는 데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 4명도 함께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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