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대형 증권사들이 올해 성장 전략 키워드로 '글로벌'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 증시 규모가 전세계의 1%대 중반에 불과한 만큼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해외진출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판단이다.
여기에 갈수록 늘어나는 서학개미도 증권업계의 해외 진출을 부추기고 있다. 미장 거래의 안정적 인프라 구축을 위해선 현지 브로커딜러 라이선스가 필수기 때문이다. 해외 상품의 연계 판매는 '덤'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코스피 시가총액은 2061조3640억 원에 달한다. 코스닥 시총은 360조6350억 원 수준이다.
두 지수를 합쳐도 글로벌 1위인 애플 시총(3조6686억 달러·5381조 8512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삼성전자(005930)는 330조1290억 원으로 글로벌 시총 37위다.
이러다 보니 글로벌 주식 시장에서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7월 기준 1.5%에 불과하다. 채권 시장도 1.6%에 그친다.
증권사들은 더 큰 성장을 위해 국내에 머무르기보다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초기 비용은 크지만, 현지에 안착하면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덩치를 키운 증권사일수록 해외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래에셋증권(006800)이 지난해 인도 10위 증권사인 쉐어칸(Sharekhan Limited)을 인수해 미래에셋쉐어칸을 출범했고, 한화투자증권(003530)은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으로부터 칩타다나증권(PT Ciptadana Sekuritas Asia) 인수 승인을 받았다.
또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중 하나인 칼라일 그룹과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 금융사 앵커리지캐피탈과도 협업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서학개미 등장도 증권사의 해외 진출의 배경 중 하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8일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1099억4759만 달러(161조4250억 원)에 육박한다. SK하이닉스(000660) 시총(148조1485억 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한 대다수 증권사는 현지 브로커를 통해 해외주식 주문을 넣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해외 브로커 측의 문제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계약에 따라 모든 장애에 배상받지는 못한다. 국내 투자자들도 해외 주식 거래의 경우 결제지연 등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 브로커딜러 라이선스를 획득하기 위한 미국 현지 법인설립이 속도를 내고 있다. 안정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목표다. 당장 토스증권과 키움증권(039490)이 미국 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증권사들은 올해 해외 진출 속도를 더 올릴 전망이다. 대표들이 직접 해외 진출 의지를 드러냈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8일 해외 대학교 재학생 대상 채용설명회 'KIS Chat in Seoul'에 등장해 "국내에 머물기보다는 세계, 특히 선진국으로 진출해 글로벌 수준의 상품·서비스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글로벌 진출을 강조했다.
신년사에서도 "글로벌화는 압도적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차별화 전략"이라며 "아시아를 넘어 미국·영국과 같은 선진금융시장까지 글로벌 투자은행(IB)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해외시장에서 좋은 상품과 딜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역시 신년사를 통해 "미국·홍콩·영국·싱가포르 등 선진국에서의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연계 세일즈 앤드 트레이딩(Sales & Trading) 비즈니스와 인도네시아·베트남·브라질 등 신흥국에서의 온라인 기반 위탁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수익 성장을 추진해 글로벌 비즈니스의 전사 수익 기여도를 높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성현·이홍구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글로벌 선진시장에서 IB와 글로벌세일즈를 중심으로 본사와 현지법인간 협업을 강화하고 '글로벌 탑 플레이어'와의 제휴를 통해 자본 효율성이 동반된 성장을 지속 추진해 나가자"며 "S&T부문에 '글로벌사업그룹' 신설을 계기로 글로벌세일즈와 현지법인간의 전략적 연계를 강화하고 성장을 가속화하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권사의 해외 진출을 반기는 모습이다. 글로벌 IB로 성장하면 자본시장 발전은 물론 업계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대형 증권사들이 아시아 톱(TOP) 증권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해외진출 확대를 위한 글로벌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법인지급결제 허용 등 기업금융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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