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디지털화폐' 실거래 실험…예금토큰으로 커피 사 먹을까

한은, CBDC 기반 '예금토큰' 실거래 프로젝트 한강…7개銀 참여
소비자 입장선 'OO페이' 유사…정부 보조금, 앱 하나로 간편화

카페에서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를 이용 중인 시민 (자료사진)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카페에서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를 이용 중인 시민 (자료사진)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이 아메리카노 값, 한국은행 CBDC로 낼게요. QR 찍어 주세요."

다음 달부터 한국은행이 발행한 '스테이블 코인' 격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써볼 수 있는 기회가 국민 10만 명에게 주어진다.

'프로젝트 한강'으로 명명된 이번 CBDC 실거래 실험은 4월 초부터 6월 말까지 석 달 동안 이뤄지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BNK부산 등 7개 은행이 참여한다. 실험 참가자는 이 은행 계좌를 보유해야 한다.

실험 참여를 신청해 선정되면 은행 모바일 앱에 실명 기반 전자지갑이 열린다. 여기에 자신의 은행 예금을 디지털 화폐인 '예금 토큰' 형태로 보유해 CBDC 기반 결제를 체험할 수 있다.

첫 CBDC 실거래, 뭐가 다를까?…'OO 페이' 유사

실험 참가자는 마트·카페·편의점 등 약 2만 개 가맹점에서 물건·용역을 구매한 뒤 QR코드를 제시해 CBDC 기반 결제를 진행할 수 있다. 예금 토큰은 결제 직후 곧바로 소비자 지갑에서 판매자 지갑으로 옮겨간다.

예금 토큰을 쓸 수 있는 오프라인 가맹점으로는 세븐일레븐, 하나로마트, 교보문고, 이디야 등이 있다. 이처럼 일상적인 거래의 경우 소비자들은 기존 'OO 페이(간편 지급)' 서비스를 이용했을 때와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일반인 대상 첫 CBDC 실거래지만, 하루 평균 1조 원에 달하는 페이 사용량을 봤을 때 소비자들은 이미 익숙한 방식으로 CBDC 기반 거래에 참여하는 셈이다.

예금 토큰은 1인당 100만 원 한도로 보유할 수 있고, 실험 기간 총 결제는 500만 원으로 제한될 예정이다. 이것이 기존 간편결제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다만 판매자들은 변화를 체감할 것으로 보인다. 예금 토큰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카드 업체나 선불 업자 등 중개 기관이 필요치 않아 수수료가 절감될 수 있고, 결제 대금의 실시간 정산도 가능해 경영 효율 개선이 기대된다.

본문 이미지 - (한은 제공)
(한은 제공)

추가 활용 여지는?…"앱 하나면 각종 보조금 OK"

앞으로의 실험에서 소비자가 가장 편의를 체감할 부분은 정부 등이 지급한 바우처를 사용할 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연말에도 2차 CBDC 실거래 테스트에 나설 계획이다.

CBDC와 예금 토큰 기능을 바우처에 적용하면 교육·문화·환경 등 여러 분야의 바우처를 실물 카드·상품권 없이 하나의 앱에서 쓸 수 있다. 바우처를 사용하고자 지갑에 여러 카드를 지니는 불편을 덜 수 있고, 잔액 등의 현황 관리도 더욱 간편해진다.

CBDC 기반 바우처는 예금 토큰 자체에 사용 목적과 조건을 특정할 수 있어 바우처 발행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이 줄어든다는 장점도 있다. 예컨대 코로나19 확산 당시 전 국민 지원금 지급에 든 경비와 지원금 설계 등을 둘러싼 혼란이 CBDC 도입 시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이 같은 테스트 계획에도 아직 CBDC 도입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본문 이미지 - 지난 2023년 11월 CBDC 활용성 테스트 추진 계획 일부 (한은 제공)
지난 2023년 11월 CBDC 활용성 테스트 추진 계획 일부 (한은 제공)

실거래 실험, 왜 지금일까…국제 시류 발맞춰야

CBDC는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약자로, 중앙은행이 찍어낸 디지털 화폐를 말한다. 이번 실험은 한은이 은행들에 지급준비금 역할을 하는 기관용 CBDC를 발행하면 은행들은 이를 기초로 토큰화된 예금(예금 토큰)을 발행하고, 소비자들은 예금 토큰을 디지털 원화처럼 사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사실 일반 소비자들은 실제 지급·결제 과정을 속속들이 볼 수 없기에 CBDC로 인한 변화를 뚜렷이 체감하기 어렵다. 그러나 CBDC 등 디지털 화폐 체계의 도입은 국가 경제의 지급·결제 과정을 효율화하고 특히 거래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예금 토큰은 에스크로, 바우처·지역화폐 기능 등 부가 서비스를 내재하는 등 향후 지급·결제 분야에 혁신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향후 국가 간 지급·결제까지 디지털 화폐 체계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은 관련 연구와 실증에 박차를 가할 필요성을 높인다. 우리나라가 디지털 화폐 관련 연구를 선도한다는 것은 지금은 국제 결제 시스템에서 역할이 미미한 한국 경제가 미래 글로벌 결제 인프라의 형성에는 많은 부분을 일조할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한다.

물론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의 CBDC 발행 금지로 인해 CBDC보다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단 지적이 나오지만, 테스트의 지속 필요성은 여전하다는 반론이 우세하다. 이 연구위원은 "기관용 CBDC의 역할은 새 디지털 화폐의 등장이라는 의미보다 소액 결제 시스템을 기존 익일 차액 결제에서 실시간 디지털 총액 결제라는 차세대 결제 시스템으로 진일보시키는 데 있다"면서 "트럼프 정부가 CBDC 도입에 부정적이나 이는 주로 범용(소매용) CBDC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한국은 글로벌 추세에 맞춰 예금 토큰 관련 실험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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