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크림반도를 양보할 것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기자회견 속 발언을 지적하며 "그의 발언은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에 매우 해롭다"고 지적했다.
이어 "크림반도는 이미 여러 해 전에 버락 후세인 오바마 대통령 때 잃은 땅이며 이제는 협상 의제조차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도 젤렌스키에게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며 "그러나 그가 크림반도를 원한다면 왜 11년 전 한 발의 총성도 없이 러시아에 넘어갈 당시 싸우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지역에는 오바마가 양도하기 이전부터 오랫동안 러시아의 주요 잠수함 기지가 있었다"며 "젤렌스키의 이러한 자극적인 발언은 이 전쟁을 해결하는데 큰 장애물이 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자랑할 만한 것이 없다.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절망적이다"라며 "그는 평화를 택할 수도 있고 아니면 앞으로 3년 더 싸우다 결국 나라 전체를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 점령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논의팔 필요조차 없고, 우리 헌법에 위배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인정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읽혔다. 앞서 미국은 지난 17일 우크라이나와 유럽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크림반도를 러시아 땅으로 공식 인정하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의 협정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러시아와 아무 관련이 없지만 매주 아무 이유 없이 목숨을 잃고 있는 평균 5000명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병사들을 살리고 싶다는 점에서는 관련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가 오늘 내놓은 발언은 '살육의 장'을 연장시키는 것 외에 아무런 효과도 없을 것이며, 그런 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협상 카드가 없다'며 휴전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 합의에 매우 가까이 와 있다. 하지만 '내세울 카드가 전혀 없는 사람'은 이제 마침내 일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이 완전한 대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기를 기대한다"며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애초에 이런 일은 시작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전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내에 끝낼 수 있다며 공언했다. 취임 후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휴전 협상을 진행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압박했다.
지난 2월에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졌으나 휴전 방식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파국으로 끝났고, 지난달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일시적으로 군사 지원과 정보 공유를 중단하기도 했다.
미국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가 이번 주 러시아를 방문해 휴전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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