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김승준 이정현 기자 = 세계 조선업 시장이 호황기로 접어든 가운데 정부가 선수금 환급보증(RG) 확대를 통해 'K-조선'의 경쟁력 확대를 꾀한다.
RG(Refund Guarantee)는 조선사가 기한 내 선박을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할 경우, 금융기관이 발주사에 선수금을 대납하는 지급보증이다. 중형 조선사는 재무실적에 기반한 심사구조로 인해 신속한 발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조선 프로젝트에서 RG는 필수인 만큼, 정부는 발급 지연이 없도록 정부 출연금을 늘려 특례 보증을 지원해 조선사의 프로젝트 수주에 문제가 없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는 9일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조선 RG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에 따르면 통상 선박 대금의 40%가량이 RG 대상인 선수금으로 2024년 한국 조선사의 RG 발급 규모는 154억 달러다. 이 중 중형 조선사는 7억 9000만 달러의 RG만 발급받았다.
최근 글로벌 조선 호황, 한국과 미국의 조선 협력 활성화 가능성, 미국의 중국 규제로 인한 반사 이익 등 수주 기회가 늘어나며 RG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RG는 통상 과거 재무 구조를 바탕으로 발급되기에 대형 회사는 비교적 양호한 재무 구조로 차질 없이 발급되는 중이지만 중형 회사는 빠른 RG 발급 확대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RG 발급이 수주의 필수 요건인 만큼 RG가 지연되면 수주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특례보증 확대 △RG발급기관 다변화 추진 △개선된 재무여건 신속 반영 협의 등을 마련했다.
2019년 정부는 무역보험공사에 기금을 출연해 금융기관의 RG발급 부담을 줄이는 'RG 특례 보증 보험'을 도입했다. 현재 출연금은 1200억 원 규모인데 이를 늘려 특례 보증 한도를 높여 중소형 조선사 대상 RG 발급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 중형조선사에 RG를 발급하지 않는 수출입은행,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의 신규 발급도 추진한다.
또 정부는 기존 RG를 발급해 오던 산업은행, 시중은행이 최근의 조선 호조로 개선된 중형조선사의 재무 구조를 반영하도록 협의해 발급 규모 확대를 꾀한다.
정부는 단기적인 RG 발급 확대 지원을 넘어 RG 발급 심사 방식 개편도 추진한다.
과거의 재무구조만 보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유망 프로젝트 수주로 재무구조 개선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미래가치를 기반으로도 RG 발급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중형조선사 수주 가이드라인'을 올해 상반기 내에 마련해 조선업 리스크 및 중형사 경영환경을 감안해 수익성, 유동성 기준 및 선수금 관리 등에 관해 규정한다.
또 확실하지 않은 미래를 고려해 보증해야 하는 금융기관의 부담이 커지는 만큼 보증 발급 과정의 고의·중과실이 없고, '수주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경우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금융감독원 검사 및 부처별 감사 시 면책을 지원한다.
RG 발급에서 혜택을 받는 조선사가 무리한 수주나 방만한 자금 운용 등을 하는 도덕적 해이가 나올 수 있으므로 일정 수준 이상의 영업이익률 확보, 외부 기관 검토 등 장치도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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