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 안보 보장은 제공하지 않으면서 더욱 광범위한 수익을 얻는 광물협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이 지난달 협정 체결이 무산된 후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가격표를 높인 모습이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입수한 광물협정 초안에 따르면, 협정은 석유와 가스, 주요 에너지 자원을 포함한 우크라이나의 모든 광물 자원을 대상으로 한다. 미국은 지난 23일 우크라이나에 초안을 전달됐다.
또한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공동 투자 기금을 관리할 감독위원회를 설립하고, 우크라이나의 석유, 가스, 광물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양국이 나눌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감독위원회 위원 5명 중 3명을 임명해 기금에 대한 완전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사업뿐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승인한 기업이나 국영 기관이 수행하는 사업도 기금의 적용 대상에 포함됐으며 도로, 철도, 송유관, 항만, 정제시설 등 천연자원 개발과 관련된 인프라도 포함됐다. 발생하는 수익은 외화로 전환되어 해외로 송금되며, 지연되거나 분쟁이 발생할 경우 우크라이나가 배상 책임을 진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아울러 미국은 4% 프리미엄을 얹어 우크라이나보다 먼저 수익에 대한 배당을 받고, 인프라 개발 사업에 대해 우선권을 가지며, 우크라이나가 제3국에 자원을 판매할 경우 미국이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는 내용도 담겼다.
초안에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미국의 기여는 이 파트너십에 이미 출자한 것으로 간주될 것"이라는 문구도 명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우크라이나 원전 소유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으나 향후 협상에서 다시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크라이나 관계자들은 말했다.
반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재침공을 차단하기 위해 요구하고 있는 미국의 안보 보장에 대한 내용은 여전히 빠졌다.
FT는 이번 초안에 대해 지난달 마련된 광물협정을 훨씬 넘어서는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실질적으로 장악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양국이 합의한 광물협정은 우크라이나가 광물 자원 수익의 50%를 미국이 주도하는 공동 기금에 출연하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나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파국으로 끝나면서 서명에 이르지 못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26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다음 주 논의를 거쳐 서명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F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고위 관계자들은 미국이 제안한 이번 초안은 자국의 주권을 훼손하고, 수익을 해외로 유출시키며,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번 초안이 "불공정하다"고 비판했고 다른 관계자는 '강도질'에 비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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