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키맨' 스티브 위트코프(68)가 사우디아라비아를 무대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종전 협상에도 관여하는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트럼프의 사십년지기 골프 친구이자 부동산 사업가인 위트코프는 직설적·노골적·공격적인 협상 기술로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트코프는 트럼프에 대한 2차 암살 시도가 발생했던 지난해 9월에도 웨스트팜비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에서 함께 골프를 치고 있었다. 중동 특사인 그는 오는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의 삼각 편대로 미·러 정상회담 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뉴욕의 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위트코프는 호프스트라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부동산 법인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1985년에는 동료 변호사와 함께 뉴욕 맨해튼의 저렴한 건물을 매입하고 리모델링해서 이를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거물이 됐다. 그 과정에서 동종업계 종사자였던 트럼프와도 인연을 맺었다.
그의 중동 관련 경력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정식 취임 전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내 이목을 끌었다.
트럼프의 두 번째 취임식 닷새 전인 15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극적으로 휴전에 합의했는데, 이는 트럼프 측 특사였던 위트코프와 조 바이든 측 특사였던 브렛 맥거크의 '초당적 합작 외교' 성과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위트코프의 직설적이고 노골적이면서도 공격적인 협상 방식이 양측의 휴전 합의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유대인인 위트코프는 특히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합의를 받아들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위트코프는 러시아 모스크바로 날아가 러시아에 억류됐던 미국인 마크 포겔의 석방을 성사시켰다.
포겔은 모스크바 소재 미국인 학교의 교사로, 마약 소지 혐의로 수감돼 현지 교도소에서 3년을 복역하고 있었다.
폭스뉴스는 위트코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3시간 동안 대화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당시 트럼프가 위트코프를 신뢰해 우크라이나 문제까지 러시아 측과 논의하도록 임무를 맡겼다고 전했다.
위트코프는 푸틴의 측근들과도 직접 대화했으며 사우디 및 카타르의 연락책들과도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그다음 날인 12일 트럼프는 푸틴과 전화 통화를 했고 종전 협상 개시를 공식화했다.
이후 위트코프는 기자들에게 "트럼프는 (나에게) 정말 많은 권한을 부여했다"면서 공을 트럼프에게 돌렸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위트코프를 트럼프의 '딜메이커'(거래의 해결사)라고 표현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위트코프는 사우디에서 열리는 미국과 러시아의 고위급 대화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그는 16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나는 (왈츠) 보좌관과 함께 사우디에 가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논의할 것이며 아주 좋은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자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리야드에서 미국과 러시아 양측이 이르면 2월 말 일정으로 트럼프와 푸틴의 대면 정상회담 계획을 구체화하려 한다고 전했다.
자하 하산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정치분석가는 알자지라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위트코프의 관계는 깊은 신뢰와 충성심이 있다"며 "이는 위트코프가 중동 평화 합의를 추진할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작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특사인 키스 켈로그가 논의에서 소외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NYT는 위트코프와 켈로그 사이의 정확한 역할 분담이 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러시아와의 협상팀을 발표하면서 켈로그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악시오스는 위트코프가 올해 말 이란과 새로운 핵 합의 성사를 위해 이란과 대화할 트럼프의 '포인트 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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