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제조업을 부흥시킨다며 전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미국 최대 수출 기업 가운데 하나인 보잉은 위기를 맞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미국의 관세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자국 항공사들에 보잉 제품의 추가 주문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주문이 들어간 항공기에 대해서도 정부 당국의 허락을 맡도록 했다.
보잉은 지난해 140억 달러(20조 원)의 현금을 소진하는 등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올해 말까지는 현금 흐름을 흑자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었다. 그러나 최대 고객 가운데 하나인 중국의 이번 결정으로 타격을 받게 됐다.
론 엡스타인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제조업 부흥을 관세의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정작 미국에서 하이테크 제품을 생산하는 몇 안 되는 대기업인 보잉은 이번 무역 전쟁에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잉은 높은 단가 덕에 수년간 미국 기업들 가운데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중국은 향후 20년간 보잉의 최대 시장으로, 금융 리서치 회사 번스타인에 따르면 중국이 올해 항공기 인도를 모두 취소할 경우 보잉은 12억 달러의 손실을 입을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여객기 수요의 2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을 경쟁자인 에어버스에 뺏길 수도 있다.
관세에 뒷걸음치는 여행 수요도 보잉에 부정적인 징후다. 최근 유럽 최대 항공사 가운데 하나인 라이언에어는 수요 둔화를 감안해 올 8월 받기로 한 보잉 737 25기의 인도를 내년 봄으로 미룰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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