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필리핀 정부가 11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인터폴을 통해 발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이날 홍콩에서 출발해 필리핀 마닐라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경찰은 그를 체포했다.
필리핀 대통령실은 경찰이 두테르테에 제시한 체포영장의 공식 사본을 받았으며 그가 현재 구금 상태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한편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10일 ICC가 영장을 발부하면 체포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변호인은 체포가 불법적으로 이루어졌고 그가 공항에서 변호인을 만나지 못하게 경찰이 막았다고 주장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체포 후 현지 언론 GMA 뉴스가 공개한 영상 메시지에서 "내가 저지른 범죄가 무엇이냐"며 "자유의 박탈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ICC는 그가 시작한 '마약과의 전쟁'이 반인륜 범죄라고 보고 그의 초법적이고 체계적인 살인 행위에 대한 조사를 이어왔다. 정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두테르테가 취임한 2016년 7월 시작된 마약과의 전쟁에서 6252명의 용의자가 숨졌지만, 인권 단체에서는 실제 사망자가 그보다 훨씬 더 많다고 주장한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2018년 예비조사가 시작되자 ICC에서 탈퇴했다. 이후 필리핀은 ICC 조사에 협조를 거부해 왔지만, 그의 후임자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현 대통령은 지난해 태도를 바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넘겨줄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 현 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마르코스 대통령과 손을 잡아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전임자와 달리 반중·친미 성향인 마르코스 대통령은 두테르테 부통령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마약 문제 등 여러 현안에서 충돌했다. 이후 두테르테 부통령은 지난해 11월 "마르코스 대통령을 청부살인하고 싶다"는 극언을 해 지난 2월 필리핀 하원에서 그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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