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유승민(43) 전 대한탁구협회장이 3선을 노리던 이기흥 회장을 제치고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당선됐다. 많은 과제를 안고 새 수장이 된 유 회장은 "기쁨보다 무겁고 부담된다. 체육계 변화를 바라는 많은 이들의 열망에 부응하겠다"고 각오를 나타냈다.
유승민 후보는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진행된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유효표 1209표 중 417표(34.49%)의 지지를 얻었다. 경쟁자였던 이기흥 후보(379표·31.35%), 강태선 후보(216표·17.87%) 등을 따돌렸다.
국가대표 탁구선수 출신인 그는 2004 아테네 올림픽 남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은퇴 후에는 대한탁구협회장,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등을 지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후보 간 단일화가 무산되면서 이기흥 회장의 3선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으나, 막상 뚜껑을 열자 이변이 벌어졌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에서 중국의 왕하오를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던 그는 이번에도 짜릿한 반전 드라마를 썼다.
새로운 체육계 수장에 오른 그는 "기쁨보다는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체육인들의 바람에 부응하기 위해 힘쓰겠다는 각오를 나타냈다.
2029년 2월까지 4년 임기의 회장직을 수행하게 된 유 당선인 앞에는 많은 과제가 놓여있다. 우선 정부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게 시급하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체육회는 '강 대 강' 대결을 펼치면서 대립했다.
이기흥 회장은 문체부(정부)와 계속 대립각을 세웠고 최근 체육회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등 악재가 겹쳤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를 거쳐 시도체육회로 배정되던 예산 400여억 원을 직접 교부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전체적으로 500억 원 가까운 예산이 줄어들었다.

대한탁구협회장과 IOC 선수위원, 2018 평창기념재단 이사장 등으로 활동하며 문체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유승민 당선인은 정부와의 꼬인 매듭을 풀 적임자라는 평가다.
그는 당선 후 "아직 누구와 적을 져 본 적 없다"면서 "부드럽게 잘 풀릴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체육계 내실도 다져야한다.
유승민 회장은 임기 중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2028 로스앤젤레스(LA) 하계올림픽 등 굵직한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최근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 한국 선수단의 성적도 끌어올려야 한다.
선수로 25년, 지도자로 2년, 탁구협회장, IOC 선수위원까지 행정가 8년 등 다양한 경험이 있는 유승민 회장은 대한민국 스포츠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도 전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종목을 직접 체험하며 발로 뛰었던 유승민 회장은 국가대표 선수 및 지도자와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나아가 체육회 조직 정상화, 학교체육 정상화 등도 당면 과제로 꼽힌다.
그는 "엘리트와 생활체육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구조적으로 정비가 제대로 안 됐다"며 "그게 해결된다면 학교체육, 생활체육이 골고루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유 회장은 "지방체육회의 독립 행정과 예산 집행이 안 되면 줄기가 막힌다. 그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면서 "지방체육회의 경우 시간이 많지 않다.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학교체육 정상화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4년간 대한민국 스포츠계를 이끌어 가야 하는 그는 "체육계는 많은 현안을 갖고 있다. 나 혼자선 어렵다"며 "체육인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변화에 대한 열망을 보여주셨으니 몸이 부서져라 화답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alexe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