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혜정 이비슬 기자 = 양성평등과 여성 인권 등을 위해 최우선에 서야 할 여성가족부의 '수장 공백'이 1년을 넘어서며 여성과 관련한 각종 정책 '공백'도 장기화되고 있다. 여가부는 차관 대행 체제로 인해 부처 기능에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지난 1년 동안 여가부 기능이 현저히 후퇴했다고 지적한다.
10일 여가부에 따르면 여가부 '수장 공백'은 지난달 22일로 꼬박 1년이 됐다.
'잼버리 사태'를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김현숙 전 여가부 장관은 지난해 2월22일 면직처리됐다. 면직에 앞서 2023년 10월 후임으로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으나 각종 논란에 결국 사퇴, 이후 새 장관 후보자조차 거론되지 않는 상태로 1년 이상이 흘렀다.
장관 공석이던 지난 1년 동안 여가부는 부처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여러 차례 몰렸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5월 초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의대생이 여자친구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여가부는 한 달이 훌쩍 지나서야 기존에 나온 수준의 대책을 뒤늦게 발표했다. 유튜버 쯔양이 불법 촬영과 영상 유포 협박을 당했을 때도 여가부는 침묵했다.
여가부에 대한 비난은 지난해 말 전국을 떨게 한 '딥페이크 사태'를 계기로 거세졌다. 딥페이크 사태에 있어 사실상 주무부처여야 할 여가부가 뒷짐을 지고 있자 당시 국정감사는 물론 각종 현안질의 등에서 "딥페이크 사태를 여가부가 컨트롤 하지 못하고 있다"는 등의 비판이 여야를 막론하고 나왔다.
여가부는 차관 직무대행 체제임에도 불구, 부처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강조한다. 여가부는 앞서 '역할 부재' 등에 대한 지적에 수차례에 걸쳐 "여가부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여가부는 딥페이크 사태에 대해 "급속히 확산하는 딥페이크 성범죄에 맞서 여가부는 확실한 피해 보호·지원을 위해 전담 대응팀을 구성하고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범부처 합동 대책 마련, 처벌 및 피해자 지원 강화를 위한 법 개정 등에 다각적 노력을 기울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이번 정권에서의 여가부 (기능) 퇴보는 이루 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정책 비전 부재 속에서 졸속 정책이 이어졌고, 무엇보다 여성 폭력 피해자 지원 등에 대한 예산이 많이 축소되면서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졌다"고 지적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도 "이번 정부는 (공약과 달리) 여가부를 폐지하지 못했지만 식물부처로 전락, 이로 인해 여가부는 기본적인 업무밖에 하지 못했다"며 "딥페이크와 젠더폭력, 교제폭력, 차별 임금 등 관련한 예산이 사실상 '제로(0)'에 가깝게 되는 등 반(反)여성적 정책이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으로 조기대선이 치러져 새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여가부의 '역할 찾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가부 폐지'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무엇보다 지난해 여가부의 역할을 일부 대체할 수 있는 인구전략기획부가 신설됐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어떠한 당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여가부의 존폐 여부와 그 역할이 달라질 것"이라며 "무엇보다 새 정부가 들어설 경우, 여가부의 젠더폭력·여성 저임금 등 여성을 위한 정책이 회복·확대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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