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1일 노태문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을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하는 등 수시 인사를 단행했다. DX 부문을 이끌던 고(故) 한종희 부회장의 유고에 따른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함으로써 트럼프발 관세전쟁 등으로 고조되는 글로벌 불확실성에 재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1일 수시인사를 통해 DX부문의 리더십을 교체했다고 밝혔다. DX 부문장, DA 사업부장, 품질혁신위원장을 겸임하던 한 부회장이 지난달 25일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리더십 공백이 발생한 바 있다.
노태문 MX사업부장은 DX 부문장 직무대행 겸 품질혁신위원장을 맡는다. MX 사업부에는 사장급인 최고운영책임자(COO) 보직을 신설해 최원준 DX부문 MX사업부 개발실장 사장을 선임하고, 생활가전(DA) 사업부장에는 김철기 MX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을 발탁했다.
최 사장은 퀄컴 출신으로 삼성전자 입사 후 MX사업부에서 갤럭시 시리즈 개발을 주도해 왔고, 모바일 사업 운영을 총괄하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지속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부사장은 스마트폰, 가전, TV 전 제품의 영업업무를 경험해 기술과 영업전문성을 두루 겸비한 리더로, 풍부한 시장경험을 통해 DA사업의 도약을 이끄는 역할을 맡았다.
노태문 사장은 MX사업부장으로서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갤럭시 신화'를 끌어낸 주역이다. 삼성전자는 "노 사장이 DX부문장 직무대행을 맡아 스마트폰 사업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MX 사업뿐만 아니라 세트 사업 경쟁력을 지속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DX 부문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한 것이고, 공식 선임은 추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 사장은 한 부회장의 유고 직후 유력한 DX 부문장 후임자로 꼽혔다. 삼성전자는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 부문장과 DX 부문장이 각각 대표이사를 맡는데, DX 부문 내에서 대표이사의 선임 요건인 사내이사는 노 사장뿐이다. 한 부회장의 유고로 인해 현재 삼성전자 사내이사는 전영현 DS 부문장 부회장, 송재혁 DS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 노태문 사장 3인 체제다.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사내이사를 신규 선임하는 것은 신속히 리더십 공백을 메워야 하는 상황에서 가능성이 작을 것으로 예상됐다.

DX 부문 리더십 공백을 시급하게 메운 가장 큰 이유는 트럼프발 관세전쟁 등 고조되는 글로벌 불확실성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상호관세는 무역 상대국의 관세율뿐만 아니라 환율·보조금·각종 규제 등 비관세 무역장벽까지 고려해 부과한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한국의 실질 관세율은 0% 수준이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을 상대로 막대한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15개국 이른바 '더티 15'에 대해 집중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DS 부문보다 DX 부문이 상호관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중간재인 반도체는 중국, 동남아 등 완제품 생산국을 거치지만, 스마트폰·가전·TV 등은 각 생산지에서 미국에 직접 수출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현지에서 냉장고만 생산하고, 다른 미국향 가전제품과 TV 대부분은 각각 멕시코 케테라로 공장과 티후아나 공장에서 생산한다. 미국은 상호관세와 별개로 이미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했다가 2일까지 유예한 상황이다. 멕시코 생산 물량을 한국, 베트남 등 지역으로 돌리더라도 상호관세 영향권이다.
결과적으로 관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지 최적화, 미국 현지 생산 확대 등 경영진 차원의 신속하고 적확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노 사장을 비롯해 신규 보임된 임원들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