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빗썸과 리딩뱅크 KB국민은행 간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 제휴가 24일부터 시작된다.
KB국민은행은 나라사랑카드 제휴 등으로 20·30대 투자자가 많은 은행으로 꼽힌다. 가상자산 투자자 중 20·30 투자자 비중이 높은 만큼, 이번 제휴로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 점유율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빗썸은 오전 12시 30분부터 오전 11시까지 약 10시간 30분 동안 제휴 은행을 NH농협은행에서 KB국민은행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작업 시간 동안 가상자산 거래 등 서비스 이용을 제한했다.
이날부터 기존 NH농협은행 실명계좌를 통한 원화 입출금은 불가능하다. 빗썸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고 싶은 고객은 KB국민은행 계좌를 연동해야만 한다.
은행 변경의 장애물로 꼽혔던 '계좌 한도'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했다.
우선 빗썸 이용을 지속하기 위해 국민은행 계좌를 비대면으로 새로 개설할 경우, 금융거래 한도 제한 계좌로 개설된다. 3개월 간 출금 한도는 일 100만원, 창구 거래 시 300만원으로 제한된다.
이는 그간 빗썸에서 대규모로 가상자산 거래를 해온 고객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이에 빗썸은 KB국민은행과 협의를 거쳐 한도 제한 해제 절차를 간소화했다. 기존 농협은행 계좌를 통해 충분한 가상자산 거래 실적을 쌓아온 고객은 3개월이 되지 않아도 비대면으로 한도를 해제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빗썸에 원화를 입금한 지 한 달이 넘었고, 누적 매수 금액이 500만원 이상인 고객은 KB스타뱅킹 또는 인터넷뱅킹을 통해 한도 제한 해제가 가능하다.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고객은 이날 제휴 변경 이후 요건을 맞춰 다시 한도 제한을 해제하면 된다.
빗썸 측은 이 같은 한도 해제 절차 간소화가 은행연합회의 실명계좌 제휴 가이드라인 등에 배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제휴는 빗썸과 KB국민은행 모두 기대를 걸고 있는 사안이다. 그간 계속 시장 점유율 2위에 머물렀던 빗썸은 국민은행을 통한 점유율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우선 국민은행은 가상자산 투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20·30 세대를 끌어들이는 데 용이하다. 국민은행은 나라사랑카드, 알뜰폰 서비스 등으로 20·30 고객이 많은 은행으로 알려져 있다. 통합 앱(애플리케이션) 작업도 다른 은행에 비해 빠르게 추진했다. 이에 빗썸은 70~80% 점유율을 유지해온 업비트를 상대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또 빗썸은 가상자산 투자용 계좌 발급에 인색하다는 농협은행의 이미지에서도 탈피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빗썸은 빗썸라운지 강남점에서 국민은행 계좌 개설 전용 창구도 운영하기로 했다. 빗썸라운지는 가상자산 관련 각종 상담을 제공하는 빗썸의 고객 서비스 공간이다.
빗썸만 제휴에 기대를 거는 것은 아니다. 국민은행도 빗썸과의 제휴를 통해 20·30 고객을 더 많이 유치하고, 가상자산 등 신사업 진출을 위한 포석을 마련했다.
이는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이달 20일 기준 KB국민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153조 3949억으로, 빗썸 계좌 사전등록이 시작된 1월 말보다 2조 5000억원 가량 늘었다.
또 1월 초 하루 평균 4000~5000좌 정도였던 KB국민은행의 하루 평균 신규 계좌 수도 지난 1월 20일 사전 등록 시행 직후 열흘 동안 2만1182좌로 급증했다. 2월에도 하루 평균 1만3000~4000좌를 유지했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