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스테이블코인 '테더'도 못넘었다…높은 규제 허들[MICA 시행 후 유럽]②

EU 전역서 라이선스 취득 업체 50여개…독일 4개·프랑스 1개에 불과
미카 법 시행 이후 가상자산 사업자 급감…"스타트업이 준수하기 어려워"

편집자주 ...유럽연합(EU)의 가상자산(암호화폐) 단독 법안 '미카(MICA)'가 지난해 12월 30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정만 지난해 6월 30일부터 시행됐으며, 나머지 조항들은 12월 30일부터 시행된 만큼 사실상 올해가 미카 시행의 원년이다. 이에 따라 유럽 가상자산 시장에선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규제 명확성이 확보돼 유럽 시장으로 진출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미카 준수가 어려워 사업을 포기하는 스타트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뉴스1'은 유럽 최대 블록체인 콘퍼런스 '파리블록체인위크(PBW)'에 참가해 미카 시행 이후 유럽 가상자산 시장의 변화를 점검했다.

본문 이미지 - 유럽 가상자산 법안 '미카(MICA)' 로고.
유럽 가상자산 법안 '미카(MICA)' 로고.

(파리=뉴스1)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 "한국은 VASP(가상자산서비스제공자) 라이선스를 취득한 업체가 몇 개나 되나요? 미카가 시행되긴 했지만, 정작 미카 법에 따라 라이선스를 취득한 업체는 몇 개 안돼요. 독일만 해도 4개뿐이고, 이 곳 프랑스는 1개입니다."

알리레자 시아닷(Alireza Siadat) 1인치네트워크 유럽 규제 총괄은 '파리블록체인위크(PBW) 2025'에서 뉴스1과인터뷰를 통해 "미카 법상 '암호자산서비스제공자(CASP, Crypto Asset Service Provider)' 라이선스를 획득한 곳은 EU 전역에서 50여곳에 불과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유럽연합(EU)의 가상자산 단독 법안 '미카(MICA)'가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규제 명확성이 확보됐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법안 내용이 2023년부터 공개됐음에도 불구하고 법안에 맞춰 라이선스를 확보한 업체는 극소수다.

규제 담당자를 고용하고 담당 부서를 구성하는 등 컴플라이언스(법률 준수) 역량을 갖춘 대형 업체들만 라이선스에 도전하는 실정이다.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 이후 국내 업계가 직면했던 상황과 비슷하다. '규제 허들'이 강력해진 셈이다.

독일은 3개월·이탈리아는 18개월…나라별 제각각 기준에 스타트업 '좌절'

미카 법에 따르면 암호자산서비스제공자(CASP)들은 최저 자본금 요건, 지배구조 요건, 거래 기록 보존, 고객 자산과 회사 자금의 분리 보관 의무 등을 준수해야 한다. 또 주요 주주와 경영진에는 위법행위 경력에 관한 요건도 적용된다.

이 때 나라별로 라이선스를 신청하는 기관이 다르고, 서류 심사에 소요되는 기간도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요건은 같아도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나라마다 다르다.

시아닷 총괄은 "독일은 서류 심사에 3~4개월 정도 소요되고, 리투아니아나 라트비아 같은 곳도 5개월 정도면 되는데 이탈리아는 18개월이나 걸린다. 그래서 이탈리아에는 아직 라이선스를 확보한 기업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요건 자체도 스타트업이 준수하기에 어려운 요건이 많다는 게 유럽 가상자산 업계 종사자들의 전언이다. 블록체인 업계는 스타트업이 대부분인데, 미카에는 최저 자본금 등 건전성 요건이나 지배구조 요건 등 스타트업이 준수하기 어려운 요건들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시아닷 총괄은 "미카 법 시행 전 독일에서는 독일 자체 법에 따라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 사업을 하던 업체가 13개 있었는데, 미카 시행 이후 3개로 급감했다"고 말했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열린 '파리블록체인위크(PBW) 2025' 세션에서도 이 같은 어려움을 토로하는 업계 종사자들이 있었다.

스페인 로펌 '아센시 아보가도스(Asensi Abogados)'의 마리나 빌라롱가(Marina Villalonga) 변호사는 "스타트업들이 미카 법에 따라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데 정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컴플라이언스 전문가를 충분히 고용하는 것도 힘들고, 미카가 요구하는 까다로운 요건들을 맞추느라 정작 기술 개발이나 비즈니스는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건을 맞춰 서류를 접수하더라도, 규제당국 관계자들을 만나서 블록체인 비즈니스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규제당국도 아직 (이 기술에 대해) 배우는 중이라 어려움이 많다"고 덧붙였다.

'1위 스테이블코인' 테더도 실패…업계 "미카 방향, 옳지 않다" 토로

이런 가운데 '테더' 같은 대형 업체가 미카 법을 준수하지 못하면서 라이선스 신청을 포기하는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미카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도 일정 요건을 갖춰 영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충분한 유동성 준비자산을 확보하고, 보유자에 대한 무비용 상환 청구권을 보장하는 등 요건이 대표적이다.

테더는 전 세계 1위 스테이블코인 USDT를 발행한 업체다. 그럼에도 미카에 따라 라이선스를 부여받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서 빠졌다. 2위 스테이블코인인 USDC를 발행한 서클만 미카에 따른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이에 크립토닷컴 등 대형 거래소들은 유럽에서 USDT를 상장 폐지했다.

이는 미카 준수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테더 같은 대형 업체도 라이선스 취득에 실패하는데, 작은 스타트업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알렉시스 시르키아(Alexis Sirkia) 옐로우네트워크 창업자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미카를 만든 EU의 노력은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하지만, 미카의 방향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그 이유로 '테더'를 들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USDT가 USDC보다 나은 스테이블코인이라고 생각한다. USDC 발행사인 서클은 은행 의존도가 커서 실버게이트 은행 파산 사태 때 USDC 가격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문제를 겪었다"며 "1위 스테이블코인인 USDT를 유럽에서 사용할 수 없다면, 미카가 올바른 규제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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