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병용 요법' 국내 환자엔 '그림의 떡'…"건보 급여 기준 개선돼야"

이주영 의원, '병용요법 암 환자 접근성 개선 위한 정책토론회' 개최
"병용 요법, 암 치료 새 트렌드…전체 가치 반영하는 평가 방식 개발돼야"

본문 이미지 - 라선영 대한암학회 이사장이 17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병용요법의 암 환자 접근성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라선영 대한암학회 이사장이 17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병용요법의 암 환자 접근성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암 환자 치료 트렌드가 두 개 이상의 항암제를 사용하는 '병용 요법'으로 바뀌고 있으나 국내 환자들에겐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건강보험 급여 제도적 한계로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17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병용요법의 암 환자 접근성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라선영 대한암학회 이사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국내에서 최근 5년간 허가된 항암제 중 75%가 병용요법"이라며 "현재 (건강보험 급여제도는) 기존 단독요법 중심 급여 체계를 유지하면서 새롭게 등장하는 병용요법을 적용하는 데 한계가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한 달 치료에 200만 원인 A 약제는 건보 급여 적용으로 환자 본인 부담률 5%인 10만 원에 치료받을 수 있는데, 건보 급여가 미적용된 200만 원짜리 B 약제를 함께 쓰는 병용요법을 적용할 경우 A 약제 급여도 안 돼 환자는 총 40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김인호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신약 병용 요법은 여러 암종에서 표준 치료로 인정받으며 항암 효과를 극대화해 암환자의 완치 가능성을 높인다"며 "암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항암제 병용요법에 대한 유연한 급여 검토 기준이 신속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2007~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된 항암제 임상연구에서 단독 요법은 70%에서 20%로 감소한 반면 병용요법은 80%까지 상승했다. 항암제 병용요법은 기존 항암제의 한계를 극복하며 치료 효과를 높여 항암 연구의 새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본문 이미지 -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17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병용요법의 암 환자 접근성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17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병용요법의 암 환자 접근성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에 병용 요법의 전체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평가 방식이 개발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병용 요법 평가 시 특정 환자군의 치료 효과나 부작용 감소 등 추가 가치를 고려한 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동철 중앙대 약학대 명예교수는 "병용 요법이 환자들에게 원활히 제공되기 위해선 이해관계자 간 협력 모델을 신속히 구축해야 한다'며 "우선 급여 등재 후 결과 기반의 가격 책정을 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병용 요법 급여 관련해) 2017년부터 지속해서 문제 제기는 하고 있는데 개선은 안됐다"며 "임상적인 효과가 충분하다면 유연한 급여 검토나 별도의 트랙에 대해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보건 당국 관계자는 병용 요법 급여 기준 개선에 의지를 드러내는 한편 현실적 한계에 대해 설명했다.

박희연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병용요법의 급여화 문제는 약가 제도와도 얽혀 있고 항암제는 치료차수(sequence)와 약제 심사 문제도 함께 얽혀 있어 개선이 쉽지 않았다"며 복지부에서는 이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국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장은 "저희가 당면한 문제는 빨리 개선해야겠지만 곧 멀지 않은 미래에 엄청 더 비싼 약들이 들어올 텐데 그 미래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할 것 같다"며 "항암신약과 관련한 별도의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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