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여기는 경험해보지 못하면 절대 모를 곳입니다. 정말 전쟁터입니다."
경남FC 사령탑 이을용 감독의 말이다. 그가 말한 '여기'는 바로 K리그2, 프로축구 2부 리그다.
그런 곳에서 사실상 정식 감독 데뷔시즌을 보내고 있으니 더더욱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그는 "갈 길이 머니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잘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2002월드컵 4강 멤버인 이을용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경남FC의 지휘봉을 잡았다. 2018년 FC서울의 임시 감독으로 프로 사령탑을 경험하기는 했으나 당시 기간은 짧았고 정식 감독으로 K리그 무대를 누비는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때문에 걱정의 시선이 따랐다. 개막전에서 인천유나이티드에게 0-2로 완패하면서 불안해하는 목소리는 더 커졌다. 하지만 이후 4경기에서 2승2무를 거두면서 잡음을 지웠다. 리그 5위. 순조로운 출발이지만 이 감독은 손사래부터 쳤다.
전화로 만난 이을용 감독은 "왜 K리그2를 '전쟁터다' '지옥이다' 말하는지 이제 조금 실감할 것 같다. 모든 팀들이, 모든 선수들이 간절하게 뛴다"면서 "특별히 수준이 떨어지는 팀이 없고 매 경기가 근소한 차이로 희비가 갈린다. 어떤 경기도 방심할 수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 감독만의 엄살도 호들갑도 아니다. 2부 리그를 경험한 모든 감독과 선수들은 이구동성 "1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치열함"이 펼쳐지는 무대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최근 뉴스1과 만난 염기훈 전 수원삼성 감독도 "선수 생활을 하면서 내내 1부에서만 뛰었기에 잘 몰랐다. 2부리그는, 시쳇말로 정말 빡세다. 모든 팀들이 승격을 꿈꾸기에 매 경기가 결승전처럼 펼쳐진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런 무시무시한 곳에서 이을용호는 순항하고 있다. 가장 최근 경기인 3월29일 충남아산전은 시원한 3-0 승리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을용 감독은 "이제 조금씩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수준이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창창이다"면서 더 발전해야한다고 채찍질했다.

진지하고 조심스럽던 이을용 감독도 아들 이태석(포항스틸러스) 이야기가 나오자 바로 아버지로 변했다.
이 감독이 월드컵 4강 신화를 썼던 2002년에 태어난 이태석은 아버지의 왼발을 쏙 빼닮은 왼쪽 풀백으로 포항의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리고 조금씩 축구대표팀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3월 오만, 요르단과의 2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던 이태석은 부담이 컸을 상황에서도 당당한 플레이를 펼쳐 '2무승부 아쉬움 속 캐낸 수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태석에 대한 칭찬을 한참 전하자 말 수가 확 줄어든 이을용 감독은 "그래도 열심히 했으니까 그 정도의 모습이라도 나온 것 같아 다행이고 고맙다"면서 "내가 뭐라 말해줄 것도 없다. 알아서 자신이 열심히 해주고 있다"며 조심스러워했다. 더 물어도 웃음뿐이었다.
경남FC는 6일 수원삼성 원정길에 오른다. 현재는 2승1무2패로 9위에 머물고 있는 수원이지만, 우승후보로 꼽히는 강호다.
이을용 감독은 "수원 멤버가 워낙 좋다. 도전하는 자세로 가야한다"면서 "말했지만 여기는 전쟁터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면서 싸울 것"이라며 낮은 자세로 전의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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