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산=뉴스1) 서장원 기자 = "특별한 감정을 두고 싶지 않았다."
여자프로농구 부산 BNK 베테랑 박혜진(35)에게 이번 시즌 챔피언결정전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상대가 프로 데뷔 때부터 16년 동안 뛴 친정팀 아산 우리은행이기 때문이다.
2009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은 박혜진은 지난 시즌까지 내내 우리은행 소속으로만 뛴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10년 넘게 우리은행 지휘봉을 잡고 있는 위성우 감독과 함께 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팀의 상징으로 활약했던 박혜진은 지난 시즌 종료 후 프리에이전트(FA) 권리를 행사에 고향팀 BNK로 이적, 놀라움을 안겼다.
적지 않은 나이에 프로 생활 대부분을 바친 팀을 떠나는 게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지만, 박혜진은 안주하는 대신 도전을 택했다.
베테랑으로서 어린 선수들이 주축인 BNK의 중심을 잡은 박혜진은 팀이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치는데 기여했다. 그리고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도 후반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득점에 성공, 53-47 역전을 이끌며 친정팀 우리은행에 비수를 꽂았다.
박혜진은 경기 후 "(우리은행과 맞대결에) 특별한 감정을 두고 싶지 않았다. 다른 것 없이 오직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했다. 초반에 밀렸는데 마지막까지 선수들이 리듬 놓치지 않고 집중해서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김단비와의 맞대결도 관심을 모았다. 우리은행 동료로서 우승을 합작했던 둘은 이번 시즌엔 적으로 만나 우승을 다투는 사이가 됐다.
1차전 성적에서는 20점 18리바운드를 기록한 김단비가 14점 6리바운드의 박혜진에게 앞섰지만, 마지막에 웃은 건 박혜진이었다.
절친한 사이지만 코트에서는 반드시 넘어서야 할 상대다. 박혜진은 "단비 언니는 나보다 해야할 역할이 많다. 힘들 것 같다"며 "물론 가장 경계해야하는 선수가 단비 언니다. 단비 언니를 힘들게 만드는 것도 우리 임무다. 남은 시리즈에서도 더 괴롭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은행 시절 선수로서 꿈꿀 수 있는 대부분을 이룬 박혜진은 새로운 도전을 택한 이유도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내가 우승을 몇 번 했는지는 잘 모를 뿐더러 중요하지 않다. 단 한 번도 우승을 생각하면서 농구한 적 없다. 그저 농구 선수로 뛰는 동안 잘하고 싶은 생각만으로 훈련했고, 그 때마다 좋은 결과가 따라왔다. 흘린 땀만큼 결과가 따라온다는 생각으로 시즌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1차전 승리로 BNK는 우승 확률 72.7%를 확보했다. 18일 열리는 2차전까지 잡으면 홈에서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다.
박혜진은 "1차전은 끝났다. 수비 등 안됐던 부분을 잘 보완해서 2차전도 잘 하겠다"고 2연승 의지를 다졌다.
superpow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