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학원 바로 안 가고 친구들과 놀다 가서 좋아요."
8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은평구 갈현초에선 늘봄학교 '초1 맞춤형 프로그램'이 한창이었다.
갈현초는 한 반에 1학년 학생 20명씩 구성된 총 4반의 늘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1학년의 경우 맞벌이 가정 등만 이용할 수 있도록 돌봄 수요가 원래 34명 있었지만, 늘봄학교를 실시하기로 결정한 뒤 다시 수요 조사를 실시하자 80명으로 인원이 많이 늘어났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올해 1학기 전국 2741개 학교에서 희망하는 초1 학생은 오후 3시까지 무료로 늘봄학교 맞춤형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서울에선 38개교가 시행하고 있다. 2학기부터 모든 초등학교에서 실시된다.
갈현초에선 교사 8명, 늘봄 강사 2명, 학교 스포츠강사 1명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수업을 진행한다. 미술놀이·음악놀이·신체놀이 등 방과후학교 수업과 겹치지 않는 놀이 위주 수업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이날 종이접기 수업에서 색종이를 화분 모양으로 접고 있던 윤 모 양(8)은 "3시까지 (늘봄학교에) 있다가 학원에 간다"며 "체육이랑 클레이 수업도 재밌다"고 말했다.
오후 2시가 되면 다른 맞춤형 프로그램이 또 한 번 진행된다. 이어진 신체놀이 수업에선 학생들이 동그랗게 둘러앉아 교사의 지도에 따라 수건돌리기를 했다.
놀이에 참여한 정 모 군(8)은 "학교에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아 다른 반 친구들을 아직 잘 모르는데 섞여서 노는 게 재밌다"며 웃어 보였다.

1학기에는 늘봄학교 시행이 필수가 아닌데도 학교 측이 선제 시행하기로 한 것은 이전부터 복지·돌봄 수요가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또 이미 늘봄학교와 비슷한 형태로 학교에서 돌봄이 이뤄지고 있었던데다 공간 확보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김준기 갈현초 교장은 "우리학교는 교육복지가 필요한 학생들이 다수 있는 거점학교라 돌봄 수요가 원래 많은 곳"이라며 "학생들을 돌봐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돌봄교실 4개반을 운영하고 있었고 2개반을 더 추가하면 되는 것이라 1학기부터 늘봄학교를 운영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서울 지역 초교에선 늘봄학교 시행 이전부터 오전 7시에 시작해 정규 수업 시간 전까지 운영하는 '아침 돌봄', 맞벌이·다문화 가정 등 자녀가 참여할 수 있는 '오후 돌봄'과 '저녁 돌봄' 등 자체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돌봄은 다문화·맞벌이·저소득층 등 요건에 맞는 학생만 신청할 수 있었지만 늘봄은 희망하는 모든 학생이 신청할 수 있어 제공 대상이 확대된 점이 차이다.
학교에서 정규 수업 외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공간 확보가 관건인데, 갈현초의 경우 돌봄교실 일부와 남는 교실까지 활용할 수 있어 돌봄보다 대상이 대폭 확대된 늘봄학교를 1학기부터 시행할 수 있었다.
김 교장은 "공간이 남으니까 가능하지만 학교 건물 규모가 작거나 과밀학교인 경우엔 당장 시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1학기 중 늘봄학교 참여학교를 38개교에서 150개교까지 확대하고, 늘봄학교 프로그램에 1시간 돌봄을 추가 제공하는 '서울형 돌봄'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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