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유진 기자 =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김하늘 양(8)이 귀가 과정에서 교사에게 피살된 이후 교육 당국이 초등학교 1‧2학년 대상 '대면 인계, 동행 귀가' 원칙을 강화하면서 개학을 앞두고 교육 현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자녀를 직접 데리러 가기 힘든 맞벌이 학부모 중 대리인 지정에 부담이 있는 경우 어쩔 수 없이 '자율 귀가'를 신청할 수밖에 없지만, 김 양 사건 이후 걱정이 커졌다. 각각 다른 학생의 귀가 시간을 일일이 고려한 대면 인계와 동행 귀가는 인력을 늘리더라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4일 교육부에 따르면 새 학기부터 초등학교 1·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대면 인계, 동행 귀가' 원칙을 강화한다. 올해 늘봄학교 시행 대상이 초등학교 1학년에서 2학년까지 확대되면서 김 양 사건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 강화에 나선 것이다.
기존엔 학부모 동행 귀가 원칙에 따라 각 학교가 여건에 맞게 정한 현관이나 교문 등 인계 지점에서 보호자가 학생을 인계받아 귀가했지만, 학내(돌봄교실)에서 인계 지점까지는 대체로 학생이 개별 이동해 왔다. 외부인이 학교에 과도하게 출입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돌봄교실 앞보다는 학교별로 현관이나 교문을 인계 지점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김 양이 2층인 돌봄 교실에서 1층 교문으로 이동하는 사이 교사로부터 살해된 사건이 발생한 이후, 교육부는 교문과 현관 등 인계 지점까지 직접 대면해서 보호자에게 학생을 데려다 줄 수 있도록 인력 충원 등 제도를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귀가 지원 인력'을 배치해 동행 귀가 원칙 적용 대상 학생뿐 아니라 학교 여건에 맞게 프로그램 교실 간 학생 이동, 그 외 학생의 귀가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대면 인계, 동행 귀가 원칙 강화에 맞벌이 부모 등 가정 상황에 따라 직접 아이를 데리러 가지 못하고, 대리인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 당장 새 학기부터 어떻게 자녀를 귀가시켜야 할지 고민이다.
기존 돌봄 교실 이후 바로 학원 차에 초1 자녀를 태워 하교하게 했다는 학부모 김 모 씨(37)는 "맞벌이라 아이를 직접 데리러 갈 수 없어 학원 차를 타고 바로 학원에 갈 수 있도록 했는데 당장 다음 주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기존에는 돌봄 이후 교내에서 학원 차까지 학생 혼자 이동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강화된 원칙에 따라 학원 차로 직접 대면해 인계할 수 있도록 바뀌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러한 경우를 고려해 '학부모가 강하게 희망하는 경우'에 한해선 자율 귀가 방침을 열어두겠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원칙은 대면인계, 동행 귀가이지만 학부모 동의 하에 자율귀가를 허용할 수 있도록 교육부와 교육청이 협의해 안내했다"고 전했다.
대신 교육부는 안전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CCTV를 늘리고 학교 치안을 관리하는 학교전담경찰관(SPO)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기존처럼 자율 귀가를 신청해 아이 혼자 학원 차까지 이동하게 할 순 있지만 김 양 사건 이후 불안감이 커진 김 씨는 여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부모의 불안감을 줄일 수 있도록 각 시도교육청, 학교별 자체 알림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각 시도교육청은 대면 인계, 동행 귀가 원칙이 강화된 교육부 방침에 따라 추가 인력 배치를 위한 수요 조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1일까지 단위 학교 차원의 자체 안전 점검을 실시했다. 또 3월부터 약 650명 규모의 교육자원봉사 인력을 각 학교에 배치해 보호자 대면 인계 업무를 지원한다.
서울교육청은 수요 조사를 통해 신청 받은 학교에 각 자원봉사 인력을 배치하고, 추가로 지원이 필요한 학교는 신청을 받아 인력채용을 위한 예산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각 시도교육청이 인력 확충에 힘쓰고 있지만 교육 현장에선 자원봉사자 등 인력을 확충하더라도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늘봄 실무사와 돌봄 전담사 등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일일이 시간 맞춰서 인계 지점까지 데려다주기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 아니냐", "지원봉사자 뽑는 것도 성범죄 조회, 결핵 검사 등 할 일이 산더미다", "자원봉사자가 60~70대 어르신일 경우 학교에서 쓰러지거나 하면 어떡하나"등 다양한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기존 늘봄 인력 역할 조정, 신규 봉사자 배치 등을 통해 확보하고, 특히 교직원 퇴근 시점 이후부터 마지막 학생 귀가 시까지 학교당 최소 2인 이상의 늘봄 인력이 남도록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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